브런치북 개털기 17화

성묘 다니고 제사 모시고 세배받는 개털이.

4. 가족 이야기

by 누두교주

개털이는 태어나서 집안의 성묘(省墓)와 제사(祭祀)를 한 번도 빼먹지 않은 유일한 식구이다. “내가 제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과 같다(1)”라는 공자(孔子)의 가치를 기준으로 한다면 가히 효(孝)의 지극(至極)함을 완성한 강아지이다.




사실 개털이 입장에서 본다면 일 년에 두 번 가는 성묫길은 가장 즐거운 날의 하나이다. 우선 개털이가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박스가 등장하고 곧이어 목줄을 챙기면 일단 감을 잡고 흥분하기 시작한다. 가족들이 할머니 산소에 도착하면 잔디를 밟으며 온 식구 양몰이를 시작해 산소까지 간다. 산소를 정리하고 제(祭)를 올린 후 고수레를 할 때는 당연히 개털 몫도 있어야 한다. 산소를 떠나 차 있는 곳 까지는 개털이가 다시 양몰이를 할 차례이다. 가끔 날아오르는 메뚜기나 나비에 잠깐 한눈을 팔기도 하지만 이내 제자리로 돌아온다.


아이들 할아버지 산소는 북한산의 사찰에 있는데 도착하면 우선 전각을 돌며 참배부터 한다. 개털이도 대웅전 - 나한전 - 지장전 - 삼성각 문밖에 얌전히 앉아 참배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기다린다.


참배가 끝나면 산소를 정리하고 간단한 제(祭)를 올리는데 그 사이에 개털이는 반야(般若)에게 마실을 간다. 반야는 사찰에서 기르는 개인데 크기가 보름이 못지않게 크고 잘생긴 진돗개이다. 하지만 절에서 자라서 그런지 순하기가 이를 데 없다. 밥그릇의 밥을 새가 와서 쫘도 반야는 얌전히 엎드려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개털이가 접근하면 두툼한 꼬리를 성큼성큼 흔들며 반가워한다. 둘이는 서로 뱅글뱅글 돌며 냄새도 맡고 코를 맞대고 킁킁 대기도 한다.




집안에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날은 동생 댁들이 일을 돕기 위해 오기 때문에 하루 전부터 부산하다. 개털이는 동생 댁들이 도착하면 매우 반갑게 맞이한다. 달포가 지났는데도 어제 본 것처럼 반가워한다. 그리고는 음식을 하는 동안에는 개털이는 어디 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평소보다 훨씬 움직임이 없다. 주로 침대 밑이나 현관에 있는 것이 보통이다. 마치 제사 지내는 것을 아는 것 같은 눈치였다.


제사를 지낼 시간이 되면 개털이 어릴 때는 살금살금 나와 제사상 밑으로 기어 들어가려고 해서 몇 번 잡아서 방에 넣어놓고 문을 닫아 놓았다. 그래도 짖거나 문을 긁거나 하지 않고 문 앞에 엎드려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는 방에 넣어 놓지 않더라도 제상에서 멀찌감치 앉아 묵묵히 제사 끝나기를 기다렸다. 제사 때 개털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당연히 음복(飮福(2))시간이다. 개털이는 상에 음식을 차리기도 전에 상 밑으로 기어 들어간다. 식사가 시작되면 상 밑에서 만만한 사람 무릎을 툭툭 친다. 고기 조각이나 전 조각을 달라는 신호이다.


제사를 다 마치면 아우 식구들 배웅을 아내와 같이 아파트밖에 까지 나가 하고 들어온다. 당연히 집에 돌아와서는 외출해 돌아왔으니 간식 내놓으라고 성화를 부린다.


정월 초하루 차례를 모시고 어른께 세배를 올린 후 우리가 아이들로부터 세배를 받을 때가 되면 개털이는 여지없이 아내 옆에 앉으려고 한다. 결국 아이들은 나와 아내 그리고 개털이에게 세배드리는 결과가 된다. 개털이가 세배받는 것은 여러 번 보았지만 세배 돈 주는 것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1) 논어(論語). 팔일편(八佾篇). 子曰; 吾不與祭, 如不祭. 논어는 국립 한국 방송통신대학교 안병국 교수가 가장 폭넓은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선진 고경을 문학적, 역사적, 그리고 문법적으로 분석해 들어가는 학풍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한다. 


(2) 제사를 지내고 난 뒤에 제사에 쓴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


세배받는 개털이.

정월 초하루 차례를 모시고 어른께 세배를 올린 후 우리가 아이들로부터 세배를 받을 때가 되면 개털이는 여지없이 아내 옆에 앉으려고 한다. 결국 아이들은 나와 아내 그리고 개털이에게 세배드리는 결과가 된다. 개털이가 세배받는 것은 여러 번 보았지만 세배 돈 주는 것은 한 번도 보지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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