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붙이지 않는 그릇

by 눙디

나의 인간관계 방식은, 감정이 상한 관계를 다시 이어 붙이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깨진 그릇을 다시 붙일 수 없는 이치와도 닮아 있다.

한 번 금이 간 마음은, 아무리 정성껏 붙이려 해도 처음처럼 단단해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 이어가려 하기보다, 정리하는 쪽을 택한다.


그런 까닭에 내 인간관계는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담백한 편이다.

억지로 이어가는 인연이라든지, 빈말과 습관적인 안부로 채워지는 관계는 어느 순간부터 내게 피로감을 주었다.

그 대신, 내 마음을 진심으로 바라봐 주고 곁에 있어 주는 몇몇 사람들과 조용히 마음을 나누는 일에 집중했다.


교우이신(交友以信)

믿음을 근본으로 삼아 벗을 사귄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처럼, 마음이 통하는 관계에서 신뢰가 자연스럽게 싹트길 바란다.


나의 관계들은 대개 오래되었지만, 아주 짧거나 새로운 인연도 있다.

시간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서로의 마음이 진심으로 닿는지, 때로는 작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 눈이 나에게도 생겼다는 것이, 어쩌면 나이 듦이 준 단단한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이십 대의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북적이는 일상을 좋아했다.

모임이 있으면 빠지지 않았고, 친구가 많을수록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다.

그 시절의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느끼며 안도하던 때였다.


하지만 사십 대에 접어들며 서서히 변화가 찾아왔다.

관계를 맺는 이유와, 그 안에서의 진심의 무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하나둘씩 정리를 시작했다.

소식이 끊긴 채 오래도록 침묵만 남은 인연들, 혹은 내 마음이 점점 닿지 않는 관계들은 내 연락처에서 천천히 지워나갔다.


그중에는 함께한 시간이 아까워 선뜻 끊어내지 못한 오래된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건 결국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 순간, 오래된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의 내 마음'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정은 무성한 가지보다, 뿌리가 깊은 나무여야 한다.』

우연히 알게 된 이 문장이 가끔 떠오른다.

많고 넓은 관계보다, 깊고 단단한 관계가 더 오랫동안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살다 보면 인연은 자연스럽게 흐르고, 마음이 닿는 사람은 결국 다시 만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 내 마음이 닿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크게 요란하지 않아도 좋고, 자주 보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인연들이기에, 내 삶은 생각보다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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