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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솔 Jan 01. 2020

(전시 리뷰) 보통의 거짓말_서울 미술관

거짓말을 주제로 한 전시

예술을 위한 공간 <Aㅏ트> 매거진
이 글은 예술플랫폼 아트렉처에도 실렸다.

살면서 거짓말 한 번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살다 보면 진실을 말하기 보다 거짓을 말하는 것이 차라리 나을 때가 있다.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이거나 아니면 진실을 말하기 보다는 거짓을 말했을 때 상대방이 훨씬 마음 편한 경우가 그렇다.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 회사에 지각을 했을 때, 모임이 있으나 참석하기 싫을 때, 설명을 하려니 내가 구차해질 때,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차마 그 얘기를 할 수 없을 때, 한 사람을 사랑하지만 이별을 얘기해야 할 때, 인간은 참말보다 거짓말을 선택한다.


새빨간 거짓말!


완전한 거짓을 부르는 말이다. 완전한 거짓. 믿지 못할 말. 사실에 어긋나는 말. 세상에 없는 말. 거짓말이다. 완전한 거짓에 왜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새빨강’이 주는 강렬함과 색채를 떠올리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기도 한다. 그 거짓말을 들었을 때의 당사자의 심정 또한 짐작하게 만든다. 어느 날 어떤 이가 “당신은 정말 중요한 사람이예요.”라는 거짓말로 그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날 속인다면 어떨까. 날 속이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뱉은 게 아니라 기획하여 완전히 속아 넘겼다면 말이다. “이 새빨간 거짓말!”


새하얀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이 있다면 새하얀 거짓말도 있다. 새하얗다. 물론 하얀 거짓말이라 부르지만 난 여기에 ‘새’라는 접두사를 붙이고 싶다. 새빨간 거짓말처럼. 새하얀 거짓말은 ‘좋은 의도’를 담은 거짓말이다. 결코 이룰 수 없는 능력이 없음에도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좌절하여 괴로워하는 지인에게 “넌 할 수 있어!”라고 용기를 불어넣거나, 결코 되살아 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린 환자에게 의사가 ‘당신의 병은 곧 나을 거예요’라는 거짓을 알리는 일이 그렇다. 이런 때엔 적어나마 상대를 원망하는 일은 덜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새하얀 거짓말!”이라고 외치는 일도 덜하겠지.

현재 서울미술관에서는 <보통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거짓말’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흥미가 가지 않는가? 직접 보면 그 흥미를 충분히 충족시키고도 남을 것이다. ‘보통의 거짓말’이라. 거짓말을 너무 해서 거짓말이 참말이 되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보통’ ‘일상적으로’ ‘자주’ 하는 거짓말을 뜻하는 것일까. 다시 말해, “거짓말을 밥먹듯 한다.”라고 했을 때의 그 거짓말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시장을 첨 들어서면 다음과 같은 ‘거짓말에 대한 정의’가 눈에 띤다.


• 거짓말
1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어 하는 말. 또는 그런 말
2 전과는 아주 딴판임.
• 보통의 거짓말
1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대는 말
2 자기합리화 혹은 자기방어를 위한 변명
3 사회적 인간의 생활지침서, 처세술
4 군중을 선동기키기 위한 말, 프로간다적 언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서울미술관 기획전


특히 4번은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이라는 말이 거짓말이라니. 그렇지만 서울미술관의 거짓말은 거짓이 아니다. 이 전시가 재미난 건 각 전시마다 붙는 전시의 소주제에 있다. 이 소주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구석 아래에 빨간색 조명 아래에 써놓은 주제들을 읽어보면 (아마도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의미에서 빨간 조명 아래 둔 게 아닐까) 관람객 스스로 내가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새하얀 거짓말을 포함해서. 나아가 개인의 거짓말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짓말과 정치적 거짓말까지 다루고 있어 인간 문명에 거짓말이 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이 솔직해진다는 것, 그리고 인간에게 솔직함을 바란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힘든 일이 될 수 있다. 솔직해진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생각, 감정, 욕망을 온전히 드러내는 일이고, 때로 그 생각, 감정, 욕망이 타인에게는 불편하거나 해가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숨기고 싶어한다. 어느 순간에 그 거짓말을 진짜처럼 믿어서 자신이 하는 말이 거짓인지 참인지 분간을 못할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가끔은 자신에게 솔직해진다는 것은 두려움을 동반하는 일이고 그 두려움을 못이겨 차라리 자기합리화 또는 자기방어를 위해 자기기만에 빠지기도 한다.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거짓말은 존재해 왔다. ‘안녕하세요’라는 관용어가 되어버린 인사말에도 이미 ‘거짓’은 담겨 있다.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리고 마주치기도 싫은 사람에게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던져야 한다. 이젠 인사말이 되어 그 거짓을 ‘거짓’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고 그 거짓이 윤활유가 되어 삶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나 낯설음과 불편함을 덜어내기 위해 하는 거짓말, 이것 또한 ‘보통의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보통의 거짓말도 거짓말엔 틀림없다. 개인 사이에서도 관계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그리고 사랑을 얻기 위해, 한편으로 이용하기 위해 무수한 거짓말을 쏟아낸다. 말을 하는 사람의 진정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것을 가늠하기는 참 어렵다. 개인에 대한 거짓말을 넘어 사회적 또는 정치적 거짓말은 더 큰 해악을 남긴다.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이익을 얻고 권력을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시도해왔다. 언론인과 정치인, 악독한 기업가나 배부른 사업가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사람들을 조종하기 위해 시도하는 이들의 거짓말은 큰 해악을 남긴다.


무엇이 거짓말일까. 또 무엇이 참말일까. 진실은 어디에 있고, 진정성은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보통의 거짓말에서 우린 어떻게 보통의 참말을 가려낼 수 있을까.


영상으로 보는 미술 전시 - in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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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인간 이상을 향한 진격 - 김바솔


^엮인 글 : 맹은희, <b r e a t h ː i n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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