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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뇨미 Jan 29. 2024

수송열(輸送熱)이란?

수의세균학이나 수의바이러스학에서 대동물의 질병으로 ‘수송열’에 대해 흔하게 다룬다.

수송열이란 말 그대로 수송하다가 발생하는 열이다

즉, 동물을 키우다가 도축 목적이나 소싸움, 경마 등을 위해 이동이 필요할 때

트럭이나 배 등을 태워 이동 시 동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 만들어낸 질병이란 뜻이다.


수송열은 동물에게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폐사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땅 크기가 작아 호주나 미국에 비해 동물의 이동거리가 짧다하여

수송열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한 예방법으로 예방주사, 항생제 투여 등의 프로토콜이 존재하니,

한국에서도 흔한 질병이라는 뜻이다.


가끔 고속도로에서 좁은 트럭 뒷칸에 동물을 꾸깃꾸깃 태우고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 차를 볼 수 있다.

그 안에 동물들은 네 발 모두 꼿꼿이 힘을 주고,

차가 흔들릴 때마다 어디에 힘을 줘야 그나마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조차 몰라

불안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처럼 앉아서 갈 수도 없고, 커브를 돌 때 한쪽으로 쏠리면 무언가를 잡으며

균형을 유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커브를 돌 때마다 그 네 발들이 한쪽으로 쏠리며 동물들끼리 짓눌리고, 괴로워한다.

게다가 이동시간이 길면 그 내부에서 소변과 대변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더러운 환경에서 더더욱 고통받는다.


그나마 한 동물이 서있는 공간이라도 마련해주면 다행인데,

최대 효율을 위해 자체적으로 2층(?)을 만들어(?)

동물 위에 동물이 올라가 있는 모습까지도 본 적이 있다.

내 차 앞 트럭 뒷칸의 염소가 발이 땅에 닿지 않아 어찌할 줄 몰라하는 모습에

보는 나까지 고통스러웠다.



수송열은 도로의 이동수단 뿐 아니라

배를 이용하여 대륙에서 대륙으로 넘어가는 동물들에서도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는 ‘양’이다.

중동쪽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양이 필요하여

주로 호주로부터 수입을 한다고 한다.


https://youtu.be/o7DjtWRn4w4?si=op2OFJcqQvAvlPoO

정말 끔찍하니, 마음 먹고 보는 것이 좋다.



배를 타고 대륙을 이동하는 것은

몇 시간이 아닌 몇날 며칠이 걸린다는 뜻인데,

밥도, 물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더러운 환경에서 시체들은 쌓여가는,

병이 안걸리면 이상한 환경이다.


그래도 그 몇 마리 죽는 것이 다른 방법보다 ‘효율’이 좋으니까

이 방법이 고수되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이동식 도축장‘에 관한 논문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엔 예과생이어서 이동식 도축장의 효과 등에 대해 써놓은 그 논문에 완전히 공감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식이 쌓인 나 자신이 좀 놀랍긴 한데(배운게 있구나 싶어서)

수송열을 배운 후 다시 그 논문을 복기해보니

나름의 획기적인 수단이었다.


https://doi.org/10.1016/j.prevetmed.2020.104959

Jan Hultgren et al. 2020. Animal handling and stress-related behaviour at mobile slaughter of cattle



이동식 도축장이란 말 그대로 동물을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축장 자체가 농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가축들이 일단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수송열에서 자유롭다.

또한 원래 있던 환경에서 도축장 내로 이동하는 것이라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이동식 도축장 내에 기계도 위생 기준을 만족하기 때문에

일반 도축장과 차이가 없다.


이러한 방법 또한 인간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긴 하지만

그에 따라오는 부수적 효과인 동물의 고통 감소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한국에서도 2018년 이동식 도축장이 도입되었다.

물론 한국 내에 염소 도축장이 적어서 다른 수요를 위해 도입된 것이라 그 의미가 조금은 다르지만,

동물복지의 측면에서 다른 동물 종에도 이용이 확대되어 소비자나 농장주의 인식개선이 되기를 바란다.


수송열은 인간이 만들어낸 질병이니, 인간이 해결법을 찾는 것이 옳은 일이다.

유럽 등의 국가에선 오래전부터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불용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구글에서 WTP for farm animal welfare 만 검색해도 여러 논문이 나올 정도다.


농장 동물들은 비록 소비를 위해 길러지긴 하지만,

적어도 태어나서 길러지고, 도축이 되는 과정에서 최소한의 고통만 겪기를 바란다.

우리는 농장동물 이면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도축에서 수송열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은 것처럼 다른 분야서도 그 분야의 ‘이동식 도축장’이 발명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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