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_오늘은 가장 긴 산책을 하자
포개진 그림자로 강가를 걸어가요
주머니에 넣은 두 손
신호를 주고 받다
사라질 침묵을 안고
물속에 뛰어들어요
바람을 잡아서 당신 몸에 칠해줘요
내 손이 닿아서
더 펴질 수 있다면
파도를 일으켜서라도
바람을 데려올게요
입김을 먹고 자란 눈동자가 타올라요
감아도 뜬 것처럼
일몰을 건너는 중
가진 건 말뿐이지만
쉬운 말만 골라 해요
_이나영, <오늘은 가장 긴 산책을 하자>
책 곁에서 일하다 거제에 오게 된 사람. 시집 <언제나 스탠바이>를 썼어요. 각종 글을 윤문하고, 글쓰기 수업도 합니다. 지금은 남편과 거제에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