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_눈덩이가 굴러온다
두 손이 맞닿으면 투명하게 변한다며
자꾸만 손을 잡는 당신을 잃지 않으려
첫눈을 녹여 먹었다
깨끗한 내가 되려고
당신이 여기 있단 한 마디 뱉자마자
가져도 온 적 없던 것들이 내게 온다
허기를 품던 말들이
불어나는 걸 보고 있니
찰나가 영원이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남은 이야기를 뭉쳐선 휙, 던져낸다
보고도 못 본 척해줘
점점 더 커질 테니까
_이나영 시인, <눈덩이가 굴러온다>
책 곁에서 일하다 거제에 오게 된 사람. 시집 <언제나 스탠바이>를 썼어요. 각종 글을 윤문하고, 글쓰기 수업도 합니다. 지금은 남편과 거제에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