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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진 환상 필리핀 보라카이 해변

필리핀 1편 / 보라카이

by 이순열

일본 온천 스토리로


찬 기운이 옷깃에 스며드는 오늘 같은 날이면 열대의 남국이 그리워진다.


썬 베드에 누워 에머랄드 빛 바다를 바라다 보며 코코넛 향기를 품은 바람결이 살랑 살랑 나의 몸을 감쌀 때면 하나님의 천국도 부럽지가 않다.


순간 이동이 가능하다면 물빛이 아름다운 그곳을 다녀오고 싶다.


오늘 같은 날이면....


한때 뜻하지 않게 필리핀을 삼년 연속 다녀온 적이 있었다. 첫 필리핀 여행은 패키지를 통해서였다.


여행은 가능하면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편인데 필리핀 같은 나라를 가족들과 함께 다니기에는 치안에 대한 우려도 있고해서 그 지역을 잘아는 가이드와 함께 여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마닐라 보라카이 팍상한 폭포의 코스였는데 공항에서 만난 동행 팀이 딸과 함께 여행하는 모녀 밖에 없어 단촐한 패키지 여행이 한편 부담 스럽기도 했다. 패키지 여행 비용이 저렴한 것이 현지 여행사가 여행객에게 쇼핑을 강요해 그 이익으로 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마닐라를 경유해서 필리핀 보라카이로 들어가는 일정이라 마닐라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어둠을 뚫고 차창밖으로 보이는 도심 풍경이 다소 산만해 우리가 필리핀의 중심에 있음알 수 있었다. 맑은 날씨를 기대했으나 다음날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간간이 태풍소식도 들리고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환상의 비치는 고사하고 태풍만 만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다른 유럽 스토리로


아침에 여유시간이 있어 가이드가 안내 하는대로 성 어거스틴 성당이며 리잘공원에서 건성 건성 사진을 몇장 찍은 후 보라카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직항이 없어 보라카이에서 자동차로 한시간여 거리의 칼리보 공항을 경유해야 한다고 하였다. 칼리보에 도착하니 스콜인듯한 소나기가 시원스레 내리고 있었다. 피부로 후끈한 열기가 전해오고 공항 출구로 나오자 주변이 열대 정글의 분위기가 느껴지는게 이제야 남국 향기가 물씬한 필리핀을 여행한다는 실감이 들었다.


한국 관광객들이 이곳을 많이 경유하는지 공항을 벗어나자 마자 한국식당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보였다. 가이드가 그곳에서 망고 주스 한잔씩 시켜주며 보라카이행 미니버스가 올때까지 잠시 기다리라고 하였다.



보라카이 섬으로 들어가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선착장에서 위태로와 보이는 작은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까지 이동해 다시 큰배로 옮겨 타야만 했다. 세계적인 휴양지로 알려진 보라카이로 가는 길이 이리도 복잡하고 불편한 여정이 될 줄은 몰랐다. 선착장만이라도 개발하면 바다 한가운데서 위태롭게 배를 갈아타는 불편을 줄일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시절 처음 유럽을 여행 하면서 프랑스에서 배로 도버 해협을 건너자 마자 선착장에서 런던행 기차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런것이 선진국의 시스템이구나 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는데 아직도 필리핀은 후진국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 같았다.


어렵사리 보라카이 섬에 도착해 가이드가 우리를 데리고 간 호텔은 우리나라 모텔 보다도 못한 저급한 숙소였기에 첫날부터 보라카이의 환상과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싼게 비지떡이라고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깨어진 환상, 보라카이 해변


해변으로 나오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태풍이 다가오는 이라고 하였다. 해변에는 바람이 거세고 에메랄드 빛 바다는 사라지고 검푸른 바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유명 화이트 샌드 비치에서 에메랄드 빛 투명한 바다를 바라보는 상상하며 우아한 남국 여행을 꿈꾸어 왔는데.



밤새 간절한 마음으로 밤새 날이 좋아지기를 기도 하였다. 아침에는 괜찮을까 싶었지만 호텔 앞까지 바닷물이 밀려들어와 우아한 남국에서의 여유를 부리는 것은 포기 해야만 했다.


가이드가 우리를 이끌고 섬 뒤편으로 이동하니 태풍이 언제 왔는가 싶게 물은 잔잔하고 맑고 푸르기까지 해서 신비롭기까지 했다. 조그만 배에 올라타니 스노쿨링을 위한 다른 여행객들과 20여분을 항해하니 수심이 깊어 보이는대도 수십미터의 물속이 보일정도로 물이 깨끗 하였다



보라카이에서의 스노쿨링은 생각보다 밋밋했다. 산호 숲이 뜨문 뜨문 하고 열대어의 종류도 많지가 않아 예전 신혼여행지 였던 호주의 캐언즈에서의 대 산호초에서의 얻었던 감동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보라카이의 바다속은 초라했다.



스노쿨링을 마치고 배에 올라와 낚시로 열대어를 낚는 재미는 솔솔 했다. 한두마리씩 열대어가 물통에 채워지더니 잠시후 초장이 올려진 횟감으로 나타나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만들었다. 인근 섬에서 원주민식 바비큐와 열대 과일들로 차려진 점심은 기대 이상 이었다. 열대의 맛과 정취를느낄 수 있었다.



태풍이 진정되고 파도가 잔잔해 져도 보라카이의 화이트 샌드 비치는 머무르는 이틀 동안 푸른 에메랄드 빛 바다보여줄 생각이 없는 듯 거친 파도만 몰아쳤다. 호텔방에서 빈둥거리다가 해변가에 위치한 쇼핑 거리인 디몰은 생각외로 아기자기한 상가들과 세련된 카페들로 가득차서 비치에서 느끼지 못하였던 남국의 정취를 대신하기에 충분했다.


예기치 않게 만난 태풍으로 인해 보라카이의 화이트 비치의 에메랄드 빛 바다와 환상적인 석양은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팍상한 폭포에서의 이색적인 카누타기


보라카이에서 다시 마닐라로 돌아와 다음 목적지인 팍상한 폭포로 떠났다.


참으로 이색적인 여정이었다. 계곡의 하류에서 카약을 타고 상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필리핀이 아니면 불가능해 보이는 체험이다.



카약 하나에 필리핀 현지인 두명이 앞뒤로 붙어 밀고 당기며 계속으로 오르는 것은 거의 묘기에 가깝다.가족을 위해 엄청난 노동을 감내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들이 한편으로 측은하고 경외심까지 느껴진다.


최근에 감명 깊게 본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의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이 아마도 이들의 마음과 같았을 것이다.


오래전 미국의 명배'말론브란도'가 주연한 '지옥의 묵시록' 촬영현장이 이곳일 만큼 계곡 자체가 열대 밀림이라 주변의 풍광을 보는것 만으로도 이곳에 온 가치를 느낀다.


이 여정의 종착지인 팍상한 폭포는 그 자체는 우리의 폭포와 별 다름이 없는 작은 규모이었지만 땟목을 타고 폭포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체험은 스릴만점이다.



엄청난 수량으로 쏟아지는 폭포수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으면서 즐기는 재미는 어찌 우리나라의 테마파크와 비교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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