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락Oazzang철유 Oct 23. 2023

6. 연트럴 파크와 책거리 공원의 차이


홍대 역 3번 출구와 4번 출구를 보면 아주 재미있는 사실을 볼 수 있습니다. 

 

홍대 역 3번 출구에서 나와서 연트럴 파크로 가는 사람들이 하루에 10,000명이라면 4번 출구를 나와 책거리 공원으로 가는 사람들은 100명도 안됩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전 이 물음에 대한 답도 금방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4번 출구 앞에 있는 AK 플라자 때문입니다. 

 

인간은 직관적으로 움직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개미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개미는 굴을 팔 때 앞에 바위가 나오면 그 바위를 굳이 뚫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냥 돌아갑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3번 출구에서 보이는 전망은 누가 봐도 멋집니다. 

 

공원 끝까지 시야가 펼쳐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얼굴로 걸어갑니다. 공원 양옆으로는 너무나 예쁜 까페와 상점이 즐비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인파들과 같이 이끌려 가게 됩니다. 

 

반면 4번 출구로 나왔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나오자마자 큰 건물인 AK 플라자로 막혀 있습니다. 

 

물론 그 건물을 지나면 바로 책거리 공원을 만날 수 있고 공덕역까지 이어집니다. 심지어 책거리 공원은 연트럴 파크보다 볼 거리가 더 많습니다. 

 

출판사 부스도 있고 멋진 조각품도 많이 있고 무대도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AK 플라자를 넘어 가지 않습니다. 

 

이유는 안 보여서입니다.”

 

처음엔 양 쪽 공원의 평 단가가 같이 상승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책거리 공원 쪽 평 단가는 답보 상태입니다. 

 

책거리 공원은 동네 공원으로의 역할은 충분히 잘 하고 있습니다. 동네 지역 주민들은 잘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강아지와의 산책길로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연트럴 파크처럼 전 세계적 공원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지는 못 할 것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금방 알아 냈습니다.

 

처음 공원을 계획할 때 정부는 4번 출구 부근의 일정 토지를 AK 플라자에 매각하였고 대신 청년 문화센터와 공영 주차장을 만들게 하였습니다.

 

더군다나 AK 플라자는 건물 설계 시 건물 내로 들어와서 매장을 둘러보고 책거리 공원으로 가는 동선으로 MD 계획을 하였습니다. 

 

옆에 통로를 만들기는 했지만 어두 컴컴한 동굴 같은 동선을 만들어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 지 전혀 알 수 없게 계획 하였습니다. 

 

저는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아쉬움에 제가 새로 설계하는 상상을 합니다. 실제 시공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내가 만약 MD 디자이너였다면 그 통로 쪽으로 매장 입구를 냈을 것입니다. 마치 시장처럼 샵들을 그쪽으로 배치하면 알아서 임차인들이 이쁘고 밝게 꾸밀 것이고 고객의 유입은 증가할 것입니다. 

 

지금 통유리로 외부 통로에서 보면 매장의 뒤밖에 볼 수 없게 되어 있는 데 통유리를 철거하고 셔터를 설치 하고 쇼윈도우로 만들면 사람들이 기꺼이 홍대 역 4번 출구를 통해 책거리 공원까지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AK 플라자 관계자가 이글을 본다면 재시공을 하더라도 그렇게 매장 위치를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서울시나 AK플라자 건물주는 이런 상황까지 예측하여 기획, 설계를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 하였을 것입니다. 

 

AK 플라자 같은 큰 쇼핑 센터와 호텔 같은 복합시설이 들어오니 홍대 역 4번 출구로의 유입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하였을 지도 모릅니다. 상권을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쉽게 하는 착각입니다. 

 

거대한 복합 쇼핑 센터가 자리 잡게 되면 오히려 주위 골목 상권은 시들 해 집니다. 

 

그런 커다란 상권은 열린 공간으로 보여 지지 않고 마치 높은 성벽으로 둘러 싸여진 성처럼 느껴 지기 때문입니다. 그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상권은 거기서 더 이상 확장되지 않습니다. 

 

고여 있는 상권과 번져 나가는 상권을 구분해야 합니다.” 

 

큰 쇼핑 센터가 지어진다고, 큰 단지의 아파트가 들어온다고 무조건 그 주위의 상권이 활성화 된다고 착각하면 안됩니다. 

 

예전에 아파트 단지는 가로변으로 상가가 있어 단지 내 주민들과 그 동네 주민들이 같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압구정 현대 아파트를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아파트 단지를 생각 해 보십시요. 요즘은 차단기를 통해 단지 출입 자체가 안 되어 있고 상가는 단지 내부에 있습니다. 

 

안전 등을 위해서 외부인의 출입은 막고 아파트 주민들만 사용 할 수 있게 설계 하였습니다.

 

이런 곳의 상가를 분양 받으면 고객이 한정되어 상가의 상권이 활성화 되지 못합니다.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얼마전 서울시는 이렇게 폐쇄적인 아파트 단지 설계를 개방형으로 바꾸면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좋은 정책입니다. 저도 백 번 찬성 합니다.

 

커다란 구조물이나 차단기 등은 인간의 시선을 막아 상권의 번짐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계속 이야기하지만 상권은 청춘들이 움직일 때 활성화합니다.

 

커다란 구조물에 들어가 안전하게 쇼핑하고 먹고 마시는 행위도 좋겠지만 청춘들은 오히려 자연과 함께 햇볕을 쬐면서 작은 가게들 사이로 돌아다니며 즐기는 것을 더욱 선호 합니다. 

 

상권이 활성화 되는 가장 큰 요인은 청춘들의 움직임 입니다.

이전 06화 5. 경의선은 두 갈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