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만들던 날에

by ocasam

매년 4월 21일에 개최되는 '과학의 날' 체험 행사가 있는 날이다.

재미있는 체험을 위해 각 교실로 찾아다니는 것이다.

나는 팝콘 만드는 체험 교실을 맡았다.


“탁-- 턱- 톡- 툭--- 특- 틱탁- 탁--- 탁- 탁.......”

냄비 안에서 하얀 꽃이 앞다투어 터지고 있다.

“와! 벚꽃이다.”

“조각난 구름이다.”

“따발총 소리다.”

“앗 뜨거위.”

“큰 일 날 뻔했잖아. 조심해.”

옥수수가 터지는 소리와 아이들 소리가 섞여 난리도 아니다.


커다란 냄비에서 쏟아진 팝콘이 넓게 펼쳐진 신문지 위에 수북이 쌓인다. 두 개의 요술 냄비가 만들어낸 팝콘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아이들이 느끼기에 팝콘의 양이나 맛, 감동 면에서 종이컵에 담긴 영화관 팝콘과는 비교가 안 되게 멋져 보인다. 게다가 직접 만들기까지 했으니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빙 둘러앉아 팝콘을 먹기 시작한다. 팝콘과 입 사이를 바쁘게 움직이던 손들의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산처럼 쌓였던 팝콘의 무더기가 점점 무너지고 신문지 바닥이 드러난다.

“선생님 팝콘에서 좀 이상한 냄새가 나요.”

용섭이가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한다.

순간, 번개처럼 생각이 떠오른다.

'아뿔싸 내가 실수를 했구나.'

팝콘에 묻어 있던 기름이 신문지에 배이면서 잉크 냄새가 난 것이다.

“얘들아 이제 그만 먹자. 너무 먹으면 이따가 점심 맛없어”

말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책장 뒤에서 돌돌 말아 넣은 전지 몇 장을 꺼낸다.


팝콘 봉지를 사놓았다. ‘소 110 × 60 ×H147 mm’ 크기이고 봉투 겉면에 ‘팝콘’과 ‘POPcorn’이 씌어 있다. 아이들이 정리하는 동안 먹다 남은 팝콘은 버리고 내가 만든 팝콘을 아이들의 수만큼 봉투에 담는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다. 전리품인 양 팝콘이 담긴 봉투를 손에 들고 의기양양하게 다음 체험 교실로 향해 뛰어간다.


마지막 3학년 팀이 들어왔다. 야단법석을 떨며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교실 복도 쪽이 소란스러워진다. 복도에 아이들이 가득 찼다. 코스별 선택 체험을 다 끝낸 아이들이 고소한 버터 냄새에 본능적으로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안에 있던 아이들이 문을 잠근다. 먹이를 지키기 위한 본능일까? 복도에 있는 아이들이 발돋움을 하고 교실 안 쪽을 들여다본다. 침 삼키는 소리가 안에까지 들리는 듯하다.


3학년에 동생이 있는 형은 동생에게 자기가 왔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펄쩍펄쩍 뛴다. 용케도 자기 형을 알아본 아이는 다른 친구들 눈치를 살짝 본 뒤 뒷문을 조금 열고 봉투를 내민다. 형의 친구라는 이유로,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같은 학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여러 형들이 한 주먹씩의 팝콘을 들고 사라졌다. 학연 지연 등의 연고가 없는 아이들은 허무하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오늘의 팝콘 만들기는 인기가 좋고 흥미로웠지만 못 먹은 아이들이 있어 그게 좀 미안하다. 내년에논 좀 더 많이 팝콘을 만들어 체험하지 못한 아이들에게도 맛을 볼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갔으면 팝콘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정의롭지 않겠는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