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턱 톡 툭 특 틱탁 탁 탁 탁.......”
냄비 안에서 하얀 꽃이 앞다투어 터지고 있다.
“와! 벚꽃이다.”
“조각난 구름이다.”
“따발총 소리다.”
“앗 뜨거위.”
“큰 일 날 뻔했잖아. 조심해.”
옥수수가 터지는 소리와 아이들 소리가 섞여 난리도 아니다.
커다란 냄비에서 쏟아진 팝콘이 넓게 펼쳐진 신문지 위에 수북이 쌓인다. 두 개의 요술 냄비가 만들어낸 팝콘은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아이들이 느끼기에 팝콘의 양이나 맛, 감동 면에서 종이컵에 담긴 영화관 팝콘과는 비교가 안 된다. 게다가 직접 만들기까지 했으니 자부심까지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빙 둘러앉아 팝콘을 먹기 시작한다. 팝콘과 입 사이를 바쁘게 움직이던 손들의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산처럼 쌓였던 팝콘의 무더기가 점점 무너지고 신문지 바닥이 드러난다.
“선생님 팝콘에서 좀 이상한 냄새가 나요.”
용섭이가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한다.
순간, 번개처럼 생각이 떠오른다.
'아뿔싸 내가 실수를 했구나.'
팝콘에 묻어 있던 기름이 신문지에 배이면서 잉크 냄새가 난 것이다.
“얘들아 이제 그만 먹자. 너무 먹으면 이따가 점심 맛없어”
말을 마치자마자 서둘러 책장 뒤에서 돌돌 말아 넣은 전지 몇 장을 꺼낸다.
팝콘 봉지를 사놓았다. ‘소 110 × 60 ×H147 mm’ 크기이고 봉투 겉면에 ‘팝콘’과 ‘POPcorn’이 씌어 있다. 아이들이 정리하는 동안 먹다 남은 팝콘은 버리고 내가 만든 팝콘을 아이들의 수만큼 봉투에 담는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선물이다. 전리품인 양 팝콘 봉투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다음 전투지를 향해 출발한다.
마지막 3학년 팀이 들어왔다. 야단법석을 떨며 만들고 있는데 갑자기 교실 복도 쪽이 소란스러워진다. 복도에 아이들이 가득 찼다. 선택한 체험을 다 끝낸 아이들이 고소한 버터 냄새에 본능적으로 이끌려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안에 있던 아이들이 문을 잠근다. 먹이를 지키기 위한 본능일까? 복도에 있는 아이들이 발돋움을 하고 교실 안 쪽을 들여다본다. 침 삼키는 소리가 안에까지 들리는 듯하다.
3학년에 동생이 있는 형은 동생에게 자기가 왔다는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펄쩍펄쩍 뛴다. 용케도 자기 형을 알아본 아이는 다른 친구들 눈치를 살짝 본 뒤 뒷문을 살짝 열고 봉투를 내민다. 형의 친구라는 이유로,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같은 학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여러 형들이 한 주먹씩의 팝콘을 들고 사라졌다. 학연 지연 등의 연고가 없는 아이들은 허무하게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매년 4월 21일이 되면 학교마다 과학의 날 행사를 한다. 선생님들은 몇 번의 회의를 거쳐 과학과 관련한 다양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짠다. 오늘 내가 맡은 팝콘 만들기는 재미있었지만 못 먹은 아이들이 있어 그게 좀 미안하다. 내년에도 팝콘 만들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깊이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