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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Jun 09. 2021

경북 청송의 향토음식, 닭불백숙

경북 청송군 진보면 신촌식당


인구 3만이 채 안 되는 군 단위 지방도시인 청송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철성분이 함유된 <탄산약수>이다.


신촌식당의 약수탕 (신촌약수촌에는 식당마다 전용 약수탕이 있다)

전국에 닭요리를 내는 곳이야 수없이 많으랴마는 경북 청송의 백숙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약수를 이용하여 조리해 특유의 맛과 향, 그리고 색을 내기 때문이다.


청송에는  달기약수와 신촌약수가 있는데, 내가 방문한 곳은 달기약수촌에 비해 좀 더 수수하긴 해도 현지 느낌 물씬한 신촌약수의 오십여 년 노포이자 원조 식당으로 알려진 신촌식당이다.


대표 메뉴인 <닭불백숙>을 주문하면 닭가슴살 부위를 언양불고기처럼 넓게 펴서 구워낸 <닭불고기>와 녹두를 넣고 끓여낸 닭죽에 큰 다리 하나를 얹어낸 <닭백숙>이 함께 제공된다. 여기에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추가로 주문하는 <닭날개구이>이다.


먼저 나온 <닭불고기>는 양념이 주는 빨간색에 비해 맵진 않고 양념이 깊고 구수하다. 아마 고추장 베이스에 다진 마늘과 물엿을 더해 매콤 달콤한 맛을 낸 것으로 추측된다.

십수 년 전 싱가포르에서 비첸향 육포를 접하고 느낀 신세계, 바로 그 느낌과 맛이 비슷하다. 단독으로 먹는 것보다 상추쌈과 마늘 조합으로 먹던지, 고추지와 함께 콜라보로 먹는 것이 맛이 훨씬 더 깊다.


다음으로 제공된 <닭날개구이>는 내 인생 닭요리라 해도 무방할 만큼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다. 고아낸 것이 아니라 구워낸 것인데도 닭날개뼈가 살과 제대로 분리되어 쏙 빠지는데 기름기는 빠지고 바삭함은 배가되어 먹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마지막 식사로 제공된 <녹두>를 넣은  닭백숙은 약수 성분 때문인지 녹색을 띠는 것이 청송 약수백숙의 특징을 보여준다. 약수에 포함된 철성분은 닭의 잡내는 없애주고 감칠맛은 더해주며, 육질은 쫄깃하게 만들어준다.




# 추가잡설

청송 달기약수촌에는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특이한 이름의 식당이 연달아 있는데 바로 서울여관식당, 대구여관식당, 약수여관식당 등이 그렇다.


청송 원탕약수와 바로 앞에 자리한 서울여관식당

1970년대 전후만 하더라도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의료 시설이 흔치 않았던 데다 치료 비용이 부담되어 민간요법과 자연요법에 기대를 건 환자들이 많았었다. 청송의 철성분이 함유된 탄산약수는 위장병과 빈혈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이 환자들이 약수터 주변 텐트를 치고 머물렀는데, 이들을 상대로 구멍가게들이 생겨났고, 구멍가게는 여관으로, 다시 숙박객을 대상으로 한 식당으로 진화하게 되며 다른 지역에선 유래를 찾기 힘든 <여관식당>이라는 상호가 생겨나게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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