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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오찬 Sep 03. 2022

전국 팔도 향토음식 열전

전국 방방곡곡 향토 음식과 식당에 얽힌 이야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아무리 작다고 한들 그래도 삼천리 강산이다. 삼면이 바다에 접하고 있는 데다 동쪽은 산맥이 발달하고, 서쪽은 평야가 발달한 지형으로 지역별로 산물이 기후와 지형에 따라 다채롭다. 교통의 발달로 물적 ·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며 지역별 특색이 무뎌졌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는 그래도 지방 중소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낯설지만 매력적인 <향토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유명 관광지보다는 한적한 지방 소도시 여행이 트렌드가 된 지금, 음식이 여행의 만족도를 결정한다고 믿는 이들을 위해 전국 팔도 지방 소도시의 향토 음식을 정리해본다.




경상북도 청송군 <신촌식당>

인구 3만이 채 안 되는 지방도시인 청송군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철성분이 함유된 <탄산약수>이다.

청송의 백숙식당은 대부분 철(Fe)성분이 함유된 약수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에 닭요리를 내는 곳이야 수없이 많으랴마는 경북 청송의 백숙 요리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약수를 이용하여 조리해 특유의 맛과 향, 그리고 색을 내기 때문이다.

약수로 지은 닭백숙과 닭날갸구이

대표 메뉴인 <닭불백숙>을 주문하면 닭가슴살 부위를 언양식 불고기처럼 넓게 펴서 구워낸 '닭불고기'와 녹두를 넣고 끓여낸 닭죽에 큰 다리 하나를 얹어낸 '닭백숙'이 제공된다. 여기에 더해 이 집에서 꼭 경험해야 하는 메뉴는 기름기는 빼고 바삭함은 더한 '닭날개구이'이다.

청송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특이한 이름의 식당을 만나볼 수 있는데 바로 서울여관식당, 대구여관식당, 약수여관식당 등이 바로 그렇다. 1970년대 전후만 하더라도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의료 시설이 흔치 않았던 데다 치료 비용이 부담되어 민간요법과 자연요법에 기대를 건 환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청송의 탄산약수가 위장병과 빈혈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지며 많은 환자들이 약수터 주변 텐트를 치고 머물렀는데 이들을 상대로 한 구멍가게가 여관으로, 여관이 다시 식당으로 진화하며 다른 지역에서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여관식당>이라는 상호가 생겨났다고 한다.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식당>

예로부터 고등어는 전라 · 경상 · 함경 · 강원도 등 한반도 해역 전역에서 잡혔던 흔한 생선이다 보니 일찌감치 국민 생선의 지위에 올라서긴 했지만, 정작 '바다 생선'인 고등어를 브랜드로 만들어 향토음식으로 품고 있는 곳은 '내륙'에 자리한 안동이다. 본디 고등어는 성질이 급한 생선이라 잡히는 즉시 죽고, 사후 부패가 빨리 진행되기에 내륙 지역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생선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으니 고등어를 내륙으로 옮겨야 했던 필요는 바다와 내륙을 잇는 안동의 지리적 특성에 의해 <염장>이라는 방법으로 승화하였다. 예로부터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양반가의 식탁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소금간과 숙성 단계를 거쳐 비닐 포장되는 양산 체계를 갖추며 전국구 음식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2000년 전후경이다.

故 이동삼翁과 안동역 인근의 일직식당

공장화 단계를 거치며 안동 간고등어의 브랜드化를 위해 마스코트로 내세운 것이 바로 40여 년 간잽이로 명성이 높던 이동삼 翁(2016년 작고)이다. 마케터들은 이동삼翁을 간잽이 캐릭터로 연출하기 위해 보부상이 착용하던 패랭이를 쓰게 하고 민복도 입혔었더랬다.

일직식당의 간고등어 구이와 조림

기차를 통해 안동을 방문한 이가 제일 방문하기 좋은 식당이 바로 이동삼翁이 차린 안동역 좌측의 일직식당이다. 통상 간고등어는 약한 숯불로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는데, 의외로 빨간 양념의 조림 역시 훌륭하다.




경상남도 하동군 <찻잎마술>

하동은 제주, 보성과 더불어 대표적인 차 산지(産地)로 국내 생산량의 3할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신라 흥덕왕 시절 당나라로부터 차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 남쪽에 심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데 하동군 화개면에서 수령 1천여 년의 차나무가 발견되며 차의 시배지라는 것이 증명되기도 했다. 또한 하동은 한반도 최고 천재로 일컬어지는 통일신라시대 문장가 <고운 최치원> 선생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동 녹차 베이스 약선음식점인 찻잎마술과 최치원 선생

화개장터에서 십리 벚꽃길 방향으로 가다 보면 쌍계사 인근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녹차를 베이스로 약선음식을 하는 찾잎마술이라는 식당이 있다. 최치원 선생이 세상과 관직에 염증을 느껴 전국을 유랑하며 초근목피로 연명했다고 하는데, 이 식당에서는 그 상황을 상상하며 제철 푸른 나물과 채소, 간장과 고추장으로 만들어낸 별천지 같은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찻잎마술의 고운비빔밥과 별천지찜 그리고 제철 나물 반찬

식전에는 차씨 오일과 차꽃꿀을 주고, 식후에는 바깥어른께서 직접 우려낸 차를 대접해주시는데 처음과 끝이 특별하니 음식을 먹었다기보다는 '서사시 한편을 낭송'한 느낌이다.




전라남도 무안군 <두암식당>

서울에서 가장 핫한 육(肉)식당 중 하나가 전참시에서 개그우먼 이영자 님이 소개한 짚불구이가 특색인 몽탄(서울시 용산 소재)이다. 상호명이 일상생활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글자의 조합인 데다 먹는 것에 관심 있는 미식가들조차 그것이 '전라남도 무안군 몽탄면'에서 차용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두암식당과 짚불구이

무안군 몽탄면에는 3대째 70여 년간 볏짚으로 고기를 구워내는 두암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짚불로 돼지고기를 구워내는 방식은 순간적인 고온으로 볏짚향을 고기에 스며들게 하여 미각과 후각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조리법인데 관건은 직화 방식이다 보니 '탄내'가 아니라 '짚불향'을 입혀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육(肉)식당이 식감, 즉 미각을 중시하는 운영을 하는 가운데 식감에 '훈향'을 더해 후각까지 만족시키는 조리법이 70여 년이 지난 지금 굉장히 유효하다는 것이 참 재미있다.

칠게장 비빔밥과 무안 양파김치

마무리로는 무안 특산품인 양파로 만든 김치를 반찬삼아 칠게장 비빔밥을 쌈으로 즐기는 것이 이 식당을 즐기는 정석 공략법이다.




전라남도 나주시 <나주곰탕하얀집>

흥선대원군이 "나주에선 세금 자랑하지 말라"했을 정도로 나주는 호남 경제의 중심지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지금이야 목포와 전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쇠락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소고기 탕국 식당>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지역의 영화를 미루어 짐작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주곰탕하얀집 (리모델링을 통해 간판조차 하얀집이 되었다)

나주지역의 곰탕이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이 태평양 전쟁 당시 전선의 군 보급품으로 조선 한우로 만든 소고기 통조림을 제조하면서부터이다. 통조림 공장에서는 사용하기 힘든 소머리 등 특수 부위를 싸게 납품받아 조리하다 보니 다른 지역의 소고기 탕국에 비해 사골의 사용 비율이 현저히 낮은 데다 저(低)품질 고기에서 나온 누런 기름을 끊임없이 걷어내야 했기에 국물이 맑은 것이 나주 지역 곰탕의 특색으로 자리 잡았다.

토렴을 해서 내어준 하랸집의 곰탕

또한 이 식당의 주요한 차별성 중 하나가 바로 <토렴>이다. 운 좋게 주방 앞에 앉아 국자로 밥을 부수고, 국물을 따랐다가 덜어내는 토렴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 밥알이 국물에 불려져 흐물흐물해지는 것이 아니라 코팅되는 듯한 식감을 갖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국 국밥 식당에서 가장 토렴을 잘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하는 곳이다.




충청북도 옥천군 <선광집>

민물고기 음식은 실상 미식가들에게조차 미지의 영역에 가깝다. 민물고기 음식이 발달한 곳은 당연히 강을 끼고 있는 내륙 지방일 테고, 강을 끼고 있다손 쳐도 유속이 느리거나 하면 민물고기에서 나는 흙내 등으로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음식이 바로 민물고기 매운탕과 찜일 것이다.

옥천군 청산면의 생선국수 거리와 원조식당, 선광집

충북 옥천군은 금강 중상류 지역에 자리하여 유속이 빨라 강바닥에 진흙이 없고, 빠른 유속을 거슬러 다녀야 하니 물고기의 살이 단단하여 민물고기 음식이 유독 발달한 곳이다. 금강 줄기의 옥천과 영동, 충남 금산, 전북 무주에서는 민물고기를 이용한 어죽(魚粥) 음식이 유명한데 이들 지역 중 옥천군 청산면이 생선국수의 본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옥천군 청산면에는 생선국수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제일 처음 장사를 시작한 원조 식당이 바로 1962년 개업한 선광집이다.

선광집의 생선국수와 도리뱅뱅

매운탕 국물에 수제비 대신 국수를 넣어 먹던 것이 시초가 되었다는데 지금의 어탕국수는 생강과 흰콩, 한약재 등을 민물고기와 함께 푹 고아내는 방식이라 음식에 들어간 정성이 보약 한 첩 먹는 것과 진배없다.

이 식당에서 꼭 주문해야 하는 <도리뱅뱅>의 작명도 참 재미있다. 둥그런 프라이팬에 피라미나 빙어를 강강술래 하듯 둥그렇게 돌려낸 다음 프라이팬을 '뱅뱅' 돌려가며 양념장을 발라 튀겨낸다 해서 붙은 이름인데 깻잎채와 마늘편 한 점 올려 먹으면 세상 호강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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