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둘째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둘째에게 휴대폰을 개통해 주기 위해 알뜰폰을 알아봤다. 원래는 3학년때 해주려고 했는데…
자기 반에 휴대폰이 없는 학생이 본인 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에게 박탈감과 소외감을 준 것 같아
늦지 않게 개통을 해줘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이참에 남는 폰에 유심만 사서 해보자 알아봤으나 아이패드로 진행하는 바람에 진행이 잘 안 됐다.
시간낭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에 그림이나 더 그릴걸. 아차 싶었다.
결과 없는 과정이 무의미한 것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게 잘 안 됐다.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내 안에 남아 해결을 하기 위해 무의식 중에도 애쓰는 것 같았다.
이 문제는 잊어버리고 되려 애쓴 나에게 칭찬해 주면 될인인데…
15개의 숫자. 32개의 영문과 숫자로 이루어진 알 수 없는 암호 같은 휴대폰의 고유한 이름이 있었다.
휴대폰의 고유한 신상정보를 적은 뒤 아이의 주민번호, 보호자의 번호까지 적어야 휴대폰 개통의 긴 과정이 끝이 난다.
아니 그 정보가 입력된 유심을 받아 꽂아야 비소로 휴대폰 개통의 과정이 끝이 나는 것이다.
나는 집에 굴러다니는 유심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한자어로 유심 마음이 있다는 뜻인데 손톱만 한 이 작은 칩에 한 인간의 고유함이 담겨있을 수 있을까?
마음에도 유심이 심겨있다면 내 영혼과 감정에 대해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란 드넓은 대지 안 꼿꼿이 솟아 있는 유심을 바라본다.
나는 그곳에서 낯설고 당황한 감정을 느낀다. 유심의 작동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