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처럼
오늘은 태풍이 불었다.
무서운 얼굴로 나타나 포근하게 안고 사라진 기분이다.
감정은 태풍 같다. 태풍처럼 스치고 사라진다.
태풍 속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태풍은 무심하다. 사람들이 다치고
나무가 뽑히고 물에 잠기고 불안에 떠는 건 본인들의 사정일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태풍이 잔잔해지기를 기다리는 것.
태풍의 눈이 사라지고 나서야 스쳐간 자리가 보인다.
태풍일 땐 모른다.
“내가 미안해 너무 아팠겠다.” 후회와 사과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조금 편해진다.
예고되지 않는 태풍이 찾아올 때 나는 태풍 위 어딘가서 바라보는 창조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