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어진 시간에 대한 예의

꽃배우기-캔들데코

by oddmavin project

'시간이 빨리 가면 좋겠어'의 또 다른 이름은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들이,
모조리 사라졌으면 좋겠어가 아닐까.

하지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사라질 지라도 때가 됐을 때, 나에게 힘이 되어준 것들이 여전히

내 곁에 머물러 준다는 보장도 없다.

날 힘들게 하는 것이 영원하지 않듯
날 힘내게 해준 것도 영원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시간이 빨리 가면 좋겠어-이 말을 내뱉을 때마다 가슴 한켠이 우리하게 저며온다. 좌절, 고통, 슬픔에 잠겨 있는 동안 외면해 버린 것-

좌절의 이면에 움트는 희망을
고통의 이면에 숨겨진 선물을
슬픔에 이면에 감춰진 기쁨을

위기의 이면에 자라는 기회를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일 동안 놓쳐버린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것.

힘들수록 명확해지는 사랑의 마음 말이다.

사라졌으면 하는 것들 때문에

사라지면 안 되는 것들을

사라지게 하는 게 아닌지.

시간이 빨리 가면 좋겠어. 요즘 같은 역병의 시대를 위로하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함부로 애틋하게라도 내뱉지 말아야지. 내게 주어진 시간에 대해 예의를 갖추고 모든 순간을 살아 봐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꽃들의 향연을 표현해 보았다.
중간 중간 고개를 내미는 캔들. 기꺼이 스스로 태워질 준비가 된 듯. 어서 불을 붙이라고 말을 건내는 듯하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존재.
하지만 난 불을 붙이지 않는다. 선생님이 불 붙이지 말라고 하셨다. 꽃 탄다고. 캔들은 그냥 장식일 뿐이라고.
오른쪽으로 휘어져 버린 대머리 독수리 같은 동그란 스카비오사는 향이 독특하다. 이 아이는 물을 너무 좋아해서 줄기도 물 속에서 잘라줘야 하고, 물을 안주면 금방 늘어진다.
캔들데코 꽃재료 -(왼쪽부터) 루이스 장미, 심비디움, 프리지아, 라벤더, 스카비오사(연보라), 아게라텀(진보라), 석죽(패랭이 꽃), 왁스플라워, 유칼립투스(파블로)
(좌) opp로 방수처리한 플로랄폼을 골판지로 감싸 화기를 만든다. (우) 비즈로 화기와 캔들을 장식한다.(알루미늄 와이어 1mm, 펜치 활용)
(좌) 그린소재 유카리로 라인을 잡고, 매스플라워 심비디움으로 형태를 만들어 준다. (우) 프리지아 꽃잎과 보경이 선물로 준 고마운 초콜릿
고맙다. 오늘 하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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