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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도개 Sep 01. 2023

불공평

따라잡을 수 없는 부러움


나는 a가 항상 부러웠다.


길고 잘 뻗은 네 개의 손가락이라니. 난 고작 해봐야 짧고 퉁퉁한 손가락 세 개뿐이었다. a는 능숙하게 스팸을 땄고 우아하게 계란을 깨서 후라이를 만들었으며 아름다운 글씨를 써냈다. 여자들은  a의 손짓 하나에 환호했으며 우리 같은 세 손가락은 무슨 짓을 해도 a의 네 손가락을 따라가지 못했다. 항상 네 손가락인 a를 따라잡고 싶었다. 하지만 세 손가락인 나로선 무리였다. 처음부터 정해진 거다. 난 a만큼 능숙하게 스팸을 따지 못하며 후라이를 할 때면 계란 껍데기가 한두 개는 꼭 들어간다. 당연히 난 악필이다. 어쩔 땐 발가락도 써봤지만 손가락으로도 안되는데 발가락이라니. 고양이 손으로도 안된다. 그러던 어느 날 유학을 갔던 c가 다섯 손가락을 가지고 돌아왔다. 나랑 같은 세 손가락이던 c가 어느새 다섯 손가락이 된 것이다. 나는 연신 c의 아름다운 새끼손가락을 만지며 어찌 된 일인지 물었지만 c의 대답은 '학교수업 위주로'라는 더럽게 진부한 소리였다.


한때는 가장 친한 친구였던 c가 세상에서 제일 미워졌다. 세상은 진짜 불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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