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날을 잘못 고른 것 같다. 오늘은 날이 따뜻할 줄 알았건만,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 아닌가 싶다.코를 훌쩍이며 다시 한번 신발을 확인하는데 옆에 있던 연어가 피식 웃으며 말을 건다.
"거, 너무 구형 아니오?"
"남이사. 내가 고꾸라지면 더 신나지 않소?"
나는 눈길도 주지 않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너무 불공평하니 말이오.이 시험자체가.난 이런 건 그닥 맘에 들지 않아서."
잰척하고 있네.그제사 슬쩍 보니 제일 좋은 장비로 도배를 한 연어새끼가 점잖은 척하고 있다.뱃속이 부글부글한 것을 참고 마지막 점검에 집중한다.
이 날을 위해 정말 무던히 노력했다.없는 살림에 고가의 장비는 불가능하고 체력으로 커버해야 하기에 매일 아침 이를 악물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지 않았는가.
"자 다들 준비 마치는 데로 이쪽으로 모일게요. 시험 곧 시작합니다."
드디어 시작이다.나는 양볼을 발그레하게 붉히며 후다닥 나아갔다.
"각자 번호 확인하시고 열 분씩 준비할게요."
나는 앞에서 일곱째 줄이다.어마어마하게 많은 연어들이 오늘 하늘에 도전하기 위해 이 추위에도 모인 것이다.
"삑!!"쾌청하게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힘차게 뛰어오르는 연어들.하지만 하늘에 오르는 연어는 반도 안된다.힘껏 뛰어오르지만 다시 거꾸러져 강물에 처박힐 뿐이다.처박힌 연어는 그대로 급한 물살에 쓸려 내려갔다. 강물을 탈 힘도 남지 않는 것이다.저게 내 미래일지 몰라 침을 꼴딱 삼켰다.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뛰어오르는 것에만 전념하기로 한다.여섯 번째 줄 차례.앞서 내게 말을 걸던 잘난 체 연어는 뒤를 흘끔 보고 가볍게 목례를 한다.그 모습조차아니꼽다.
"삑!!"호루라기가 울리고 연어들은 제각기 뛰어오른다.잘난 체 연어는 남들보다 월등히 빠르고 높게 솟아오른다.'역시 좋은 거 입은 놈은 다르네.'배가 아프다.그러고 보니 패대기 쳐진 연어들은 죄다 꾀죄죄한 장비를 걸쳤다.이제 드디어 내 차례다.배가 아프다.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 어지럽다.
"삑!!"어지러운 생각 사이로 경쾌하게 울린 호루라기 소리에 놀라 엉거주춤하게 뛰어올라 버렸다.하늘 가까이도 가지 못하고 곤두박질쳐지고 그대로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 가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