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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도개 Sep 17. 2023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단력도 정도껏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4살 꼬꼬마시절에 엄마손을 잡고 놀이터에 데뷔하는 순간부터, 좋건 싫건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도 어려웠다. 처음 보는 사람이 말을 걸면 심장이 쿵쾅대며 말 한마디 못하고 눈물이 핑 돌았고, 이런 나를 다들 부담스럽게 생각하며 옆에 두지 않았다. 하다못해 울음보라도 고쳐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는 점점 더 개미만 해졌고 나는 참으로 어두운 성격의 청소년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이상한 전단지 하나를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일주일이면 아나운서 뺨치게 말할 수 있다는 거짓말 같지만 내겐 간절한 문구가 쓰여있었다. 하지만 학원비 10만 원은 어린 내겐 너무나도 큰돈이었기에 몇 날을 고민하다 결국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대고 말았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에 나는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꼈지만 점점 뭔가 성취해 낸 것 같은 기분에 황홀함이 들었다.


이 첫 경험은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고 나는 소심했던 성격을 벗어나 자유롭고 대범한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렇게 경찰서에 앉아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면 대부분은 죽이다. 여러분은 새로운 나를 위해 너무 도전에 목숨 걸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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