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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도개 Sep 23. 2023

연어는 하늘로 돌아가고 싶다.

꿈과 이상 사이 그 어디

아무래도 날을 잘못 고른 것 같다. 오늘은 날이 따뜻할 줄 알았건만,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 아닌가 싶다. 코를 훌쩍이며 다시 한번 신발을 확인하는데 옆에 있던 연어가 피식 웃으며 말을 건다.

"거, 너무 구형 아니오?"

"남이사. 내가 고꾸라지면 더 신나지 않소?"

나는 눈길도 주지 않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너무 불공평하니 말이오. 이 시험자체가. 난 이런 건 그닥 맘에 들지 않아서."

잰척하고 있네. 그제사 슬쩍 보니 제일 좋은 장비로 도배를 한 연어새끼가 점잖은 척하고 있다. 뱃속이 부글부글한 것을 참고 마지막 점검에 집중한다.


이 날을 위해 정말 무던히 노력했다. 없는 살림에 고가의 장비는 불가능하고 체력으로 커버해야 하기에 매일 아침 이를 악물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지 않았는가.

"자 다들 준비 마치는 데로 이쪽으로 모일게요. 시험 곧 시작합니다."

드디어 시작이다. 나는 양볼을 발그레하게 붉히며 후다닥 나아갔다.

"각자 번호 확인하시고 열 분씩 준비할게요."

나는 앞에서 일곱째 줄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연어들이 오늘 하늘에 도전하기 위해 이 추위에도 모인 것이다.

"삑!!"쾌청하게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힘차게 뛰어오르는 연어들. 하지만 하늘에 오르는 연어는 반도 안된다. 힘껏 뛰어오르지만 다시 거꾸러져 강물에 처박힐 뿐이다. 처박힌 연어는 그대로 급한 물살에 쓸려 내려갔다. 강물을 탈 힘도 남지 않는 것이다. 저게 내 미래일지 몰라 침을 꼴딱 삼켰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 뛰어오르는 것에만 전념하기로 한다. 여섯 번째 줄 차례. 앞서 내게 말을 걸던 잘난 체 연어는 뒤를 흘끔 보고 가볍게 목례를 한다. 그 모습조차 아니꼽다.

"삑!!" 호루라기가 울리고 연어들은 제각기 뛰어오른다. 잘난 체 연어는 남들보다 월등히 빠르고 높게 솟아오른다.'역시 좋은 거 입은 놈은 다르네.' 배가 아프다. 그러고 보니 패대기 쳐진 연어들은 죄다 꾀죄죄한 장비를 걸쳤다. 이제 드디어 내 차례다. 배가 아프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 어지럽다.

"삑!!"어지러운 생각 사이로 경쾌하게 울린 호루라기 소리에 놀라 엉거주춤하게 뛰어올라 버렸다. 하늘 가까이도 가지 못하고 곤두박질쳐지고 그대로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 가고 만다.



 어젯밤 연어를 너무 많이 먹었나 보다. 배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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