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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도개 Sep 14. 2023

모 아니면 도. 하지만 나는 항상 빽도

오른쪽 왼쪽. 이 결정으로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른쪽은 귀여운 청개구리가 문 앞을 지키고 있다. 까만 허리띠에 빨간 모자까지 챙겨 쓴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 하지만 이것은 나를 오른쪽으로 이끌기 위한 속임수일지도 모른다. 나는 침을 삼키며 왼쪽을 보았다. 왼쪽에는 보기에도 무시무시한 포메라니안이 서있다. 쭉 째비진 눈과 알 수 없는 어둠을 가진 새까만 코, 사자 같은 갈기를 자랑하는 포메라니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천을 두르고 있다. 지옥에서 온 분위기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한 곳은 나를 찢어발겨 지옥으로 보낼 것이고 한 곳은 나를 어마어마한 부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귀여운 청개구리냐 지옥의 포메라니안이냐. 아무리 봐도 청개구리는 속임수인 것 같다. 세상은 대부분 반대다. 착한 사람은 벌을 받고 나쁜 사람은 부귀영화를 누린다. 열심히 회사에 충성하면 팽 당하는 거고, 여우같이 요리조리 옮겨 다니던 동료는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사라졌다. 뒤에서 험담만 하던 그 녀석은 젠틀하고 멋진 녀석이라 불리고 나는 어쩐지 기분 나쁜 사람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정답은 포메라니안이다. 나는 확신에 차서 문을 열었다.


"포메라니안을 세워뒀는데도 왜 굳이 이 문을 연거죠? 이해할 수가 없네. 티 나게 세워놨잖아요. 시커멓게 입혀서. 그에 반해 개구리는 얼마나 귀여워요. 당신 변태예요?"


그래. 난 항상 운이 없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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