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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수연구소 Jun 24. 2024

서울의 야경 : 아차산 용마산

덥다고 멈출 수는 없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그때가 시작이다

몇일 전 체력과 날씨를 생각하지 않고 대낮에 올랐던 도봉산은 큰 땀을 선물로 주었다. 이제는 무언가를 달성하고 이겨내려는 목표가 아니라, 천천히 흘러가려는 목적으로 놀이를 즐기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해가 지면 그때 산을 오르기로 한다. 


해가지면 덥지도 않고 사람도 없겠지


토요일 저녁 늦으막히 친구를 만나 수다를 좀 떨다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늦어져 9시 다되서야 아차산역으로 출발하였다. 최근 야간 산행을 많이 한다고 해서 사람이 좀 있으려나 했는데, 토요일 밤임에도 불구하고 산을 오르는 사람을 거의 만날 수 없었다. 가볍게 츄리닝과 운동화에 물병하나 들고 동네 뒷산 (아차산)을 오르는 주민들만 몇 명 만날 뿐, 등산회에 배낭을 풀셋으로 메고 올라가는 사람은 우리 뿐이었다. 너무 거창하게 준비하고 온 것이 아닌가? 살짝 부끄러웠지만, 밤이라 사람도 없고, 뭐 그런다 한들 어찌하리


작은 절의 계단을 지나 아차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랜턴을 켜고 한 발 한 발 올라간다. 같이간 친구는 머리에 쓰는 렌턴을 꼈는데, 혼자 손에 들고 다니는 렌턴을 가지고 가니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도 구매할 것이 또 생겼다. 어딘가를 갈 때마다 살 것이 하나씩 두개씩 생긴다. 크게 걱정할 것은 아니다. 우리에겐 알리가 있으니.


점점 어둠에도 익숙해지고

덥지 않다. 사람도 없다. 바람도 살랑 살랑 불고, 달도 밝다. 참~ 좋구나 하며 올라간다. 


그러는 순간 '여기가 길인가? 돌인가?' 

아차산은 처음 가보는데, 거기에 밤이다보니 길인지 아닌지 알길이 없다.  무슨 게임처럼 시야가 좁아진 상태라, 오가는 사람도 없고, 생각보다 돌이 많아서 길이 잘 구분이 안된다.


그러다 좀 평평한 돌들이 나와 잠깐 뒤를 돌아봤다. 

아~

잠시 탄성이 흘러나온다. 서울의 야경이다. 

40년 넘게 서울/경기에 살면서 서울 야경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어디 여행을 가면 전망대나 이런데 찾아가면서 야경을 봤는데, 서울은 처음이다

징글징글하게 건물이 많다. 

이쪽으로 보면 서울 북쪽이 보이고, 저쪽으로 보면 서울 동쪽이 보인다. 한강도 보인다. 

롯데타워도 보인다. 저기 살면 이렇게 등산하지 않아도 매일 야경을 보겠구나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보고싶을 때 등산을 할 수 있으니 괜찮다. (매일 보는 야경이 이런 감탄을 줄리 없다. 칫)


아차산을 지나 용마산으로 넘어간다. 용마산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또 다른다. 더 작은 점들이 엄청나게 많다. 면목동 중랑천 쪽이다. '더 좋을 수가 없구나' 하며 이렇게 한적하고 시원한 산을 돌고 용마산으로 내려가는 길에

길을 잃어버렸다. 


사실, 찾았는데 다시 산방향으로 올라가서 아닌줄 알고 내려갔다 올라갔다 했다. 잘못 내려가면 저 위로 내려가거나 구리로 내려가거나 하는지라, 어느쪽이 용마산역으로 가는지를 헤맨 것이다.  

길을 못 찾고 헤맨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허기가 지고, 다리가 더 무겁다. 저 아래 저렇게 많은 아파트 불 빛이 보이는데 이런데도 조난을 당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용마산이라 망정이지 설악산 지리산 같은 곳이었다면 얼마나 아찔 할까? 부끄럽게 아차산에서 길을 잃었다고 신고를 해야하나 잠시 고민도 했다.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먹을 것도 거의 안가져와서 허기마져 진다. 


그러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을 만나 안내를 받아 내려갔다. (길을 잃은 것이 아니었다. 그냥 쭉 가면 되는 것이었다. 괜히 오르락 내리락, 놓친 갈래가 있는지를 찾다가 헤맨것이다)


결국은 길을 잃는다는 것. 어디로 갈지 모르는게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인지 모르는 것

이다. 


좋았던 기억들은 생각 잊혀지고, 아찔한 기억으로 용마산역에 도착했다. '산을 우습게 보지 맙시다' 하는 교훈을 하나 얻었다. 24시간하는 순대국집을 찾아 밥을 먹고 집으로 오는길, 첫 야간산행은 이제까지 산행과 너무 다른 풍경과 경험을 주었다. 아마 여름에는 종종 야간 산행을 가게되지 않을까 한다

데크를 넘어서는 순간 수많은 불빛들이


TIP#1 헤드랜턴 필수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렌턴은 필수 입니다. 헤드랜턴을 장만하세요.


TIP#2 동반자

혼자는 좀 무섭습니다. 길도 무섭고, 괜히 사람도 무서워집니다. 동행자가 있으면 좋습니다. 같이 갈 친구가 있는 것은 행운이지요


TIP#3 등산화, 간식

동네 뒷산도 등산화를 신어도 부끄러울 것은 없습니다. 아차산 돌산이라 야간에 오르려면 등산화가 안전합니다. 괜히 발목삐고 병원가지 않도록 언제나 안전 장비는 철저히 준비합니다. 당연히 먹을 것들도 충분히 가져갑니다. 왠만하면 입구에 뭘 파니 김밥한줄 정도 사가져 가도 됩니다. 밥먹고 출발해서 배 안고플 것 같지만, 산에 오르면 뭔가 그렇게 먹고 싶습니다. 야경보며 김밥먹으로 한번 더가야겠습니다. 


TIP#4 서울은 따릉이

따릉이 조합

지하철역을 이동하거나 입구와 조금 떨어진 역이라면 따릉이 조합이 도움이 됩니다. 따릉이 등산화 신고 타면 더 잘나갑니다. 특히 용마산내려와서 용마산역까지 따릉이 타고 다운힐을 달려주세요. 또 다른 상쾌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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