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ripza May 24. 2017

인생은 개구리다

Life is suck

밤 열두 시가 될 무렵 

아파트 인공호수에서 개구리울음소리가 들린다


개굴(우린 어디서 왔을까?)

개굴(그야 올챙이가 자라서 됐지!)

개굴(그럼 그 올챙이는 어디서 왔지?)

개굴(알에서 나왔지!)

개굴(그럼 그 알은 누가 낳았지?)

개굴(조상 개구리가 낳았지!)

개굴(여긴 주변에 물도 없고 돌산 밖에 없는데 개구리가 어디서 왔지?)

개굴(...!)


집에 들어온 나는 가방을 내팽개친다

한숨을 쉬며 자리에 눕는다

직장도 없고 용돈도 없고 애인도 없고 돈도 없고 에어컨도 없고 신용카드도 없고 구두도 없고 재킷도 없고 바지도 없고 베개도 없고 희망도 없고 실력도 없고 쫀심도 없다


어머니 날 왜 낳으셨나요,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를 왜 낳으셨나요,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를 왜 낳으셨나요

모든 어머니들은 어디서로부터 나온 것일까

저 우주 공간 밖은 이리도 어두운데, 

괜스레 창문 밖에서 들어오는 빛에 나는 잠에 들지 못한다

아까 커피를 마신 탓이야, 하고 

나는

울타리를 넘는 개구리를 세기 시작한다


개구리 하나 개구리 둘 개구리 셋 개구리 넷

다섯 번째 개구리를 나는 잽싸게 움켜쥔다

미끈미끈한 촉감이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그냥 꾹 하고, 눌러버린다


척수가 흘러나오는지 내장이 흘러나오는지 난 잘 모르겠어

요새는 내가 

돌 하나에 꽥(개굴!), 하고 죽어버리는

개구리처럼 느껴지는걸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