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마치 꽃과도 같아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였다.
다가가면 떨어질까, 행여 잎에 상처라도 남을까 두려워 멀리서 지켜만 보았다.
향긋한 꽃향을 맡고 싶은 마음마저 꾹 눌러가며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너를 위해 어린 왕자와 같이 내 마음속에 유리병으로 너를 담아두었다.
어느 순간 너의 향기가 더 이상 나지 않음을 인식했을 때는
너는 저 멀리 날아가 다른 모습으로 향기를 내고 있었다.
이제 내 마음속 유리병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그 아래를 쓸어봐도 흩날리는 먼지들만 나뒹굴 뿐이다.
멀리서 바라본 너는 그마저도 아름다웠다.
다음에 내게 다가올 '너'라는 이름의 꽃에겐
분명히 잘해주리라, 분명하게 기억해 주리라 눈물을 삼키며 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