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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 Sep 19. 2023

[오스트리아 빈]한국에서는 아이스아메리카노, 빈에서는?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지


빈 둘째 날에는 쇼핑을 했다. 남들은 대부분 여행 막바지에 쇼핑을 하는데, 우리는 이동 시간만 따지다가 여행 초반에 쇼핑 일정을 넣는 실수를 저질렀다.


동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 센터는 P아울렛이다. 우리가 입국한 빈에서는 한 시간, 한국으로 돌아가는 도시인 부다페스트에서는 세 시간 걸린다. 그래서 우리는 빈에서 P아울렛으로 가는 쇼핑 버스를 예약했다.(꼭 필요한 것만 싸게 잘 샀다고 위로했지만, 도시를 이동할 때마다 쇼핑한 물건이 들어있는 여행 가방을 내다 버리고 싶었다.)


모름지기 쇼핑의 시작은 배를 채우는 것. 배가 고프면 예상보다 과소비를 하게 되니까. 쇼핑 센터에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다들 명품샵을 향해 달려갔지만, 우리는 스*벅스가 어디 있는지 찾았다. 시차 적응도 못한데다 쇼핑 버스를 탄다고 서두르느라 아침도 제대로 못 먹었기에 커피와 간식이 간절했다.


갑작스럽게 더워진 날씨 탓에 스*벅스를 찾은 외국 사람들은 대부분 얼음이 들어간 음료를 주문했다. 봄과 여름도 메뉴판을 보면서 이 나라에서만 판매한다는 살구 시럽이 들어간 아이스라떼를 골라 두었다.


그런데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던 바리스타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음료를 만들던 바리스타 역시 아이스 콜드브루 라떼를 주문받고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우리 바로 앞에 있던 한국 사람에게는 네가 진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느냐고 퉁명스럽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본 봄과 여름은 여기서 차가운 음료를 시켰다가는 바리스타의 미움을 받는다는 걸 눈치챘다. 우리가 주문할 순서가 다가왔을 때, 여름은 갑자기 메뉴판 가장 위에 있는 커피 이름을 더듬거리며 읽었다.


멜랑..게?
아! 이 커피 빈에서 유명하다고 들었어!


여름이 ‘멜랑게’를 읽자, 갑자기 바리스타의 표정이  밝아졌다. 바리스타는 ‘멜랑게’가 아니라 ‘멜’라고 읽는다고 알려주며 여름이 주문한 멜 커피 세 잔을 만들었다. 작은 소리로 휘파람도 불었다.


샌드위치 두 개도 남들보다 유난히 오래 데워서 따끈하게 내어주었다. 마끼아또보다 질감이 쫀쫀한 우유 거품을 얹은 멜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한국 스*벅스와는 다르게 커피에서 쓴 맛도 전혀 없었다. 심지어 가격도 스*벅스에 있는 커피 메뉴 가운데 가장 쌌다.


맛있는 커피 한 잔에 우리는 금세 행복해졌고, 가게들을 둘러 볼 에너지를 충전했다. 잊지 말자. 빈에서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아니라 멜다!


사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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