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실망, 더해지는 불편함들

이미 끝장이지만 피하고 있는 것과 아직 끝이 아닌 것에 대한 기도!

by OH 작가



엄마의 퇴원 날이라 아빠와 남동생에게 톡을 보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끝난 게 끝이 아니었나 보다.


"조직 검사 해서 결과 나와야 한대. 조직 검사 결과 보고 항암 치료 해야 할지 안 해도 될지 봐야 한대."


엄마의 수술은 수술로 끝이 아니었다. 조직 검사 결과에 따라 이제의 여부가 달라진단다.

낯설다. 제거 수술을 하는 것도 처음이라 적응이 안됐는데, 항암 치료라는 말도 너무 익숙지 않고 낯설다. 퇴원이 완전한 퇴원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좋지 만은 않다.












엄마의 수술은 끝났지만 끝이 아닌 거였다. 나의 이혼 소송은 아직 판결이라는 끝을 보지 못했지만, 이미 현실은 끝장난 것이다.


어제 밤 아들이 처음으로 이제는 힘들다는 얘기를 꺼냈다.


"어느 부분이 제일 힘들어?"


"나를 가운데 두고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게 제일 힘들어. 아빠가 나한테 자꾸 왜 자기랑 안 노냐, 제대로 인사 하라고 뭐라 하는 것도 힘들어."


나는 가슴이 아팠다.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하는 저 어린 것이 그동안 참고 참다가 내뱉는 말일 거라는 걸, 나는 안다. 어린 아들의 힘듦과 불편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그의 태도가 더욱더 용서가 안됐다.


나는 아들을 재우고 어두운 침대 위, 아들의 옆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이혼 중인 그를 피해 밖으로부터 굳게 닫힌 방문, 그 너머로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가 어이 없었다.


"지금은 소숭 중이라 저희가 강력히 해 드릴 수가 없으니 판사님이 명령해 주셔야 해요. 그러니 변호사한테 적극적으로 요청해 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이게 계속됨 저희도 좌시할 수 만은 없어요. 집에 애가 있기 때문에, 그러니 안전상 가끔 전화 드리고 확인 하며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지구대가 아닌 관할 중심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집에 미성년 아이가 있고, 아기가 불편해 하고 있고, 소송 중에 명확한 유책들이 있는 피고가 계속 집에 들어 오니 안전상 가끔 전화를 하겠다고 하셨다.


아들은 아빠랑 부딪히기 싫다며 작은 화장실이 딸린 침대방에서 나가려 하질 않았다. 대문 소리만 들리면 놀래서 방 안으로 뛰어 들어와 침대 위 텐트 안에 쏙 들어갔다.


공간을 분리하지 못하고 아들과 감당하고 있는 지옥 같은 현실에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이미 끝난 건 끝난 거다.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아이를 위해 그와 분리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거였음을 소송을 진행하면서야 깨달았다. 솔직히 매일 그렇게 집에 들어올 거란 생각을 못했다. 변호사도 그 같은 사람 처음 봤단다.










" 엄마랑 통화 했어. 집에 할일이 많대, 설거지도 그렇고..."


"바로 뭘 해도 돼?"


"해도 되긴 한데 무리는 하면 안되지."


"그렇구나. 엄마 놀라게 하면 안돼서 나야 뭐 앞에 나서서 도울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엄마가 누나 보면 쓰러질 걸. 누나 이혼 얘기 하면 누나 뿐만 아니라 아빠도 힘들어질까봐. 경찰 공무원이었으면서 딸이 결혼한 남자가 어떤 놈인지 알아 보지도 않았다고..."


"작가일 할때도 성공한 작가도 아니고 어디 가서 작가라고 말 좀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혼 얘기함 챙피해 하시겠지."


"누나가 이혼하고 잘됐음 좋겠어. 누나가 이혼하고 잘되고 잘 살면 엄마도 받아들이기 조금은 괜찮을 거야."


나는 한숨이 나왔다. 나도 이혼이란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인생에 이혼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 왔다. 상처와 받은 나와 아들이 이해 못할 상대의 이기적이고 특이한 행동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소송 과정을 겪고 있다.


나는 이혼이라는 것에 대한 편견을 이겨낼 생각이다. 당당하게 내 잘못이 아닌 일로 선택하게 된 인생의 한 굴곡을 이겨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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