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들의 눈물

담임 선생님한테 말해 달란다. 자기 요즘 힘들다고...

by OH 작가



"쓸게 없어."


아들의 말에 속상도 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숙제 주제에 대해 정리를 좀 해 주면 되지 않을까 싶어 나는 물었다.


"울 아들이 생각하는 가족이 누구지?"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근데 엄마 사촌 누나들도 가족이야?"


"가족은 가족이지. 그런데 그 가족에 대한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장점은 어딜 같이 다닌 추억이 아니라 성격, 성향에 대한 걸 말하는 거잖아!"


"알아. 그런데 내가 요즘 힘든데, 장점이 없다는 게 아니라 뭘 써야할지 모르겠어. 쓸게 없어. 요즘 침대 방에만 들어와 있는데..."


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나는 꼭 안아 줬다. 아들의 참고 있던 마음이 터지기 시작하는 거 같다.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얼른 침대 방문을 닫으려 했다. 아들은 잠시 나를 쳐다보고 다녀오겠단 표정으로 거실로 나갔다. 나는 아들이 걱정돼 방 문을 꽉 닫지 못했다.

아빠한테 가까이 와서 인사하란 명령을 실행하기 위해서 아들은 그가 들어 오면 드레스 룸으로 간다.

나는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된다고 말해 줬지만 아들은 하기 싫은 건 아니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도 아니란다. 아빠는 그냥 아빠니까 해 주는 거라고 했다. 아빠랑 굳이 같이 놀고 싶지는 않단다. 그가 "뭐했어?, "왜 아빠랑 안 놀아?"라고 말 거는 것도 불편하단다.


인사를 하고 나면 아들은 얼른 침대 방으로 들어와 방 문을 닫는다. 아들과 나는 거실에서 리모컨을 손에 들고 소파에 다리를 뻗고 누워서 TV를 보는, '내가 이 집의 가장이다.'라고 과시하듯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행동에 점점 더 정이 떨어져 가고 있다. 여전히 자기 중심적이고 강압적인 행동으로 미안함도 없는 일방적임이 폭력으로 느껴진다.


날은 더워지고 있고, 답답하고 불편하다. 나보다 더 답답하고 불편할 어린 아들이 더 걱정이긴 하다.

아들은 침대 방 안에 있는 화장실을 평소에 싫어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거실 화장실로 문 열고 나가서 쓰지 않고, 침대 방안 화장실을 쓰기 시작했다.


"너는 너 하고 싶은 대로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다녀. 엄마 때문에 아빠 들어 오면 침대 방에 들어와 있는거야?"


"아니."


"너도 불편해서 들어와 있는 거야?"


"응."


아들이 힘든데, 따로 분리할 공간 하나 구하지 못해 불편한 동거를 감수해야 하는, 부족한 나의 아픔이다. 변호사한테 빨리 정리해 달라고 호소도 해 보고, 경찰한테 접근 금지 좀 해 달라고 오열도 해 보고, 지금의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있는데도 역부족이다.


"엄마, 내가 하나 알려 줄게."


"뭔데?"


"아빠 어디 갔다가 월요일에 온대. 며칠 집에 안 온대."


"아빠가 며칠 집에 안 들어 온다니까 좋아?"


"응."


내일부터 방법을 더 찾아 봐야 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 더 해보고 싶다.


아들의 눈물과 어린 것이 참다 참다 힘들다고 말하기 시작하는 모습에 나는 눈물이 났다. 잠이 오지 않는다. 아들을 재워 놓고 눈물이 나서 잠이 오지 않는다.








"쓸게 없고, 쓰기 힘들면 쓰지 말자."


"내가 요즘 힘든 걸 담임 선생님이 모르는데 나를 이해해 주겠어?"


나는 아들의 눈물을 닦아 줬다. 그리고 꼭 안아 줬다. 그가 당장 집에 안 들어올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고 싶었다. 아들과 내가 그를 집 안에서 보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기도도 마다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엄마가 담임 선생님께 잘 얘기할게."


"어떻게?"


나는 잠시 아들의 눈을 쳐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 엄마가 나 요즘 힘들다고, 왜 힘들어서 글 못 썼는지 담임 선생님한테 얘기 좀 해줘. 그리고 빨리 해결해줘. 빨리 정리해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꼭 그러겠다고 아들과 약속 했다. 그리고 변호사한테 문자 메시지를 남겨 놨다.


'아들이 눈물을 흘리네요. 아들이 빨리 정리 좀 해 달라네요. 자기 힘들다고, 자기 요즘 아빠 때문에 집에서 편하게 못 있어서 힘들다고 담임 선생님한테도 얘기 좀 해 달라네요, 변호사님.'


나는 내일 아침, 수업 시작 전에 담임 선생님과 급하고 짧게 통화를 할 생각이다. 아들의 부탁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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