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눈을 뜬 거야
나는 눈을 뜨고도 눈을 감은
장님이었어
그 겨울, 나는 너의
검은 손톱이 세워진 그
음흉하고도 검은 이를
품고 있는 구석을 들여다
보지 못한 채
찢겨 질 웨딩드레스를 입은
악몽 같은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온 거야
그 겨울 나는 너에게
눈먼, 찢기고 할퀴어질
내 가슴을 들여다보지 못한
미숙함이었던 거야
너와 같은 음식을
마주 앉아 먹고, 너와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고,
네가 나의 공간으로 매일
걸어 들어와 잠드는 것을,
너로 인해 빨간 딱지가
여기저기 붙여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네가
나와 나의 배속에서 나온 작은 생명에게
그 검은 이를 드러내며
할퀴어 대는 짖음을 들으며,
나는 나의 배속에서 나온
작은 생명을 꼭 껴안고
빠져나오기 시작한 거야
다가오는 날은 너에게
어두워질 거고,
나와 내가 꼭 껴안은
작은 생명에게는 밝아질 거야
너의 검은 손톱과
너의 검은 이가 점점 더
너를 검은 색으로 먹어
버릴 거야, 나와 내가 꼭 껴안은
나의 작은 생명을 위해
너는 밤의 어둠 속으로 갇히게
될 거야, 그거 알아
밤에 한 번 갇히면 그 어둠
속을 걸어 나오기 힘들어,
어둠 속에서는 길이
보이지 않거든, 어둠 속에서는
우리를 볼 수도 찾을 수도
없거든,
어둠으로 가득한 밤은
그런 거야
네가 어둠 속에 먹혀
밤을 헤매는 사이, 나와
내가 꼭 껴안은 나의
작은 생명은 낮을 향해
그림자를 만들고, 태양이
비추는 낮 속에서
길을 찾아 걸어갈 거야,
나와 내가 꼭 껴안은
작은 생명이 머무를 공간
속을 찾아 들어갈 거야
나는 이제 눈을
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