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가니, 합리화를 시작했다.

결전의 날은 꺼졌다.

by 오도

수능이 끝나고 나는 울면서 선생님과 전화를 했다.

"너 OO대는 보내줄 수 있어. 괜찮아. 수고했어. 통지서 나올 때까지는 놀기만 해."


그 말을 듣고, 나는 정말로 놀았다.

가채점 결과가 생각한 것보다 최악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들 지금이 놀아야 할 시기라고. 내가 그냥 널려있는 책이라도 읽으려 하면 공부하지 말라고 뜯어말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놀다 보니, 결전의 날이 밝았고, 그날은 학교에서 연극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연극장 앞에서 떨리는 손으로 내 이름이 불리기만을 기다렸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통지서를 열었고, 그대로 얼었다.


'왜.. 왜 가채점이랑 이렇게 차이가 나지?'

한 번도. 단 한 번도. 살면서 omr실수를 한 적이 없는 나였다. 그도 그럴게, 나는 한 페이지를 다 푸는 순간 바로 omr에 해당 문제들을 체크했기 때문에 절대 잘못 적을 수가 없었다. 완벽주의 성향도 좀 있어서 몇 번이나 확인했던 나였다. 그런 나였는데..


'왜 이리 점수가 낮지?'


내가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친 것도 모지라-수시로 쓴 대학교 5개를 한 등급 차이로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을 나는 단박에 인지했다.-, 내가 여태 한 노력을 스스로 멀리 차버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정말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냥 나왔다. 그렇게 몇십 분을 울고, 눈이 팅팅 부은 채로 진이 다 빠져 연극은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렇게 나의 일생일대의 결전의 날은 저 지하 깊숙이 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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