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구 광모 대감님께

by 하린

구 광모 대감님께


먼 길 떠난 종이 감히 붓을 들어 문안 올립니다.


저는 대감님의 댁에서 아주 오래전

추노를 한 몸 오하린 입니다.

대감님 댁에서 일했던 시간 동안

어머니께 용돈도 드릴 수 있었고,

동생에게 고기반찬도 사줄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엔 다 버리고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대감님 댁에서 오랫동안 일하던

유독 눈이 작은 ‘엄가 행랑아범’을 아시는지요…

사실 그분께서

추노한 저를 종종 회유하셨습니다.


“하린아, 다시 돌아올 생각 없나?

니가 쓰던 그 장비, 지금도 그대로 있다.

조출자랑 연장 돌리면서

그 자리는 아직도 니 거다.

지금 와도 된다.”


그래서 제가 뭐라 했냐고요?


“기껏 추노해놓고,

제가 거길 왜 갑니까?”


그러니 10여년이 지난 지금

추노한 저를 잡으실리도 없으시겠지만

제 존재를 궁금해 하지도 말아주세요.


대신… 대감님의 댁에 아직도 남아 있는

저와 함께 일했던 동료 노비들을 위해

그 집안을 든든히 지켜주시면

전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멀리서 응원하며,

LG디스플레이 前 노비, 오하린 드림.


P.S.

아… 대감님! 이 미천한 몸…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애사심이 남아있나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전제품 고를 땐, 몸이 먼저 대감님 댁 제품 쪽으로 돌아섭니다.

대구 출신이지만 야구도 저도 모르게 자꾸만 대감님 댁 팀을 응원 하게 되네요…

참, 무서운 관성이지요.^^




사랑해요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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