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광모 대감님께
먼 길 떠난 종이 감히 붓을 들어 문안 올립니다.
저는 대감님의 댁에서 아주 오래전
추노를 한 몸 오하린 입니다.
대감님 댁에서 일했던 시간 동안
어머니께 용돈도 드릴 수 있었고,
동생에게 고기반찬도 사줄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엔 다 버리고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고마운 시절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대감님 댁에서 오랫동안 일하던
유독 눈이 작은 ‘엄가 행랑아범’을 아시는지요…
사실 그분께서
추노한 저를 종종 회유하셨습니다.
“하린아, 다시 돌아올 생각 없나?
니가 쓰던 그 장비, 지금도 그대로 있다.
조출자랑 연장 돌리면서
그 자리는 아직도 니 거다.
지금 와도 된다.”
그래서 제가 뭐라 했냐고요?
“기껏 추노해놓고,
제가 거길 왜 갑니까?”
그러니 10여년이 지난 지금
추노한 저를 잡으실리도 없으시겠지만
제 존재를 궁금해 하지도 말아주세요.
대신… 대감님의 댁에 아직도 남아 있는
저와 함께 일했던 동료 노비들을 위해
그 집안을 든든히 지켜주시면
전 그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멀리서 응원하며,
LG디스플레이 前 노비, 오하린 드림.
P.S.
아… 대감님! 이 미천한 몸…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애사심이 남아있나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전제품 고를 땐, 몸이 먼저 대감님 댁 제품 쪽으로 돌아섭니다.
대구 출신이지만 야구도 저도 모르게 자꾸만 대감님 댁 팀을 응원 하게 되네요…
참, 무서운 관성이지요.^^
사랑해요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