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는,
《치료하는 중입니다》라는 시리즈를 시작했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링크를 보냈고,
인스타그램에도 조심스레 홍보했다.
몇몇 지인들은 축하해줬지만,
대부분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가장 따뜻하게 축하해준 건 가족들이었고,
그다음은 매일 연락하는 몇몇 가까운 친구들뿐이었다.
연락이 뜸한 사람들에게도 용기 내어 글을 전했지만,
“구독할게” 해놓고 구독하지 않은 이도 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서운하지 않았다.
남의 글을 읽는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
예전에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
그 글을 처음 보여준 사람은
엄마와 남자친구, 단 두 명뿐이었다.
정신과 최진혁 원장님이 물으셨다.
“남자친구분, 그걸 잘 읽어주던가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재미있다고 했어요.
내용도 다 파악했고,
등장인물에 대해서 한마디씩 덧붙이기도 했어요.”
그러자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씀하셨다.
“그거, 쉽지 않아요.
요즘 사람들, 자기 사는 것도 벅차서
가까운 사람 글도 제대로 읽기 어렵거든요.
그분, 정말 다은 씨를 사랑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지인들의 무관심에 마음을 두지 않게 되었다.
대신,
정말 나를 모르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감동받는 그 순간이
훨씬 더 욕심나기 시작했다.
그게 진짜
내 글에 힘이 있다는 증거니까.
글을 쓰면서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어느 날, 최진혁 원장님께서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다은 씨, 예전에 저희 처음 만났을 때는
남자친구와 다퉈서 눈물도 흘리시고,
몸도 계속 안 좋으셨잖아요.
그때는 전체적으로 불안해 보였어요.
그런데 요즘 다은 씨는
매주 다른 사람이 되어 오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글을 쓰신다더니,
그 다음엔 브런치 작가가 되셨고,
그 다음엔 운동도 시작하셨죠.
너무 좋은 변화예요.
하지만 너무 다이나믹해서
혹시 지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선생님, 글을 쓰면서 느꼈어요.
어릴 때 기억을 꺼내다 보니
저, 진짜 사랑 많이 받고 자랐더라고요.
행복했던 순간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걸 하나씩 떠올리다 보니
저는 원래 자존감이 있는 아이였더라고요.
그걸 잊고 살았던 것뿐이었어요.”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네, 그게 보여요.
지금 다은 씨의 말투나 표정만 봐도
자존감이 많이 회복됐다는 게 느껴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행복,
애플망고처럼 천천히 드셨으면 좋겠어요.
비싼 망고를 한입에 삼켜버리면 아깝잖아요.
껍질을 벗기고 향을 맡고,
입에 넣었을 때의 촉감, 과즙의 단맛을 천천히 느끼면서
음미하듯이 드셔야 해요.
지금 다은 씨가 느끼는 이 행복도 그래요.
급하게 다 써버리지 말고,
천천히, 오래도록 느끼셨으면 해요.
언젠가 힘든 날이 다시 오더라도
이 기억들이 분명히 다은 씨를 붙잡아줄 거예요.”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생각했다.
그래, 맞아.
나는 아직도 치료받는 중이다.
완전히 회복된 사람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매일매일 글을 쓰고,
내가 사랑받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조금씩 다시 살아가는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할 땐 병원에 간다.
그걸 이제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도움을 받는다는 건
무너졌다는 뜻이 아니라,
살아보려는 용기라는 걸
이제는 안다.
정신과에 처음 가던 날의 나처럼
병원을 무서워하고,
‘내가 이상한 건 아닐까’
불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아니다.
당신은 이상한 게 아니라
아픈 거다.
아픈 건
치료받으면 된다.
그리고 나처럼,
그 치료의 한 조각이 글이었으면 좋겠다.
혹은 운동이었어도, 산책이었어도,
어떤 친구의 말 한마디였어도.
무엇이든
당신을 살리는 걸 선택했으면 좋겠다.
나는 바란다.
우울의 한가운데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누군가가,
이 글을 잠시 읽고
조금만 더 버텨보자고,
나도 한 번 살아내보자고
생각해주기를.
힘듦은 지나간다.
언젠가는
“내가 왜 그랬지?” 하며 웃는 날이 온다.
물론,
또다시 힘든 날은 찾아오겠지만—
그때마다
잊지 않았으면 한다.
누군가,
상상도 못한 누군가가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잠깐이라도 떠올려보기를.
인생은 롤러코스터 같아서
무서울 때도 있지만,
고개를 돌리면
잠깐 쉴 수 있는 풍경도 있다.
그 순간을 붙잡으며
살아가기를.
그러니,
부디 포기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기를.
정신과든, 친구든, 글쓰기든—
무엇이든,
당신을 살리는 걸 택하기를.
나는 아직도
치료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당신도,
살아내는 중이라면—
우리,
조금만 더 같이
버텨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