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정신과를 방문했을 때,
그건 나에게 거의 신세계였다.
정말 죽고 싶었고,
말로 설명 안 되는 괴로운 감정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몰려왔는데—
약을 먹고 나니, 그 감정들이 사라졌다.
정말로 사라졌다.
처음엔 그게 너무 놀라웠다.
너무 기뻤다.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나,
행복해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나 너무 행복해!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야, 아무 생각 안 드는 거 진짜 대박이야!!”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생각도 안드는게 당연한건데…
그런 감정을 너무 오랜만에 느껴본 나는….
그때….나는 정말 미친년처럼 말하고 다녔다.
그래서 치료를 받으면서,
나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무기력하고 멍한 날들이 이어졌다.
죽고 싶은 생각은 사라졌지만,
“그러면 이제 나는 뭘 해야 하지?”
질문만 가득하고, 머리는 자꾸 텅 비었다.
정신과 선생님도 몇 번 바뀌었다.
익숙해질 때쯤이면 또 다른 얼굴.
그러다 어느 날, 나는
라포가 끊어졌다는 걸 조용히 느꼈다.
그래서 병원에 요청했다.
“대표원장님으로 바꿔주세요.”
그리고 지금의 선생님을 만났다.
남자선생님이시고, 지적인 이미지의 최진혁 원장님.
원장님은 현실적인 분이었다.
말씀 하나하나가 뼈대만 남은 조언처럼 단단했고,
나는 오히려 그게 좋았다.
감정을 달래기보다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시기였으니까.
선생님은
내 예전 기록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지금 내 상태를 정확히 짚어줬고,
어떤 방향으로 치료를 이어갈지
정확하게 말해주셨다.
그때부터,
“나를 살리겠다”는 치료가 아니라,
“나로 살아가게 하겠다”는 치료가 시작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