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사진 한 장의 감성]

by 밝을명인 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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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겨울 밤, 세상은 고요함을 간직한채 하얗게 변합니다. 때 묻은 것이나 더럽혀진 것 따위 새하얀 눈 앞에서는 고유의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의미없습니다. 모든게, 모두가 똑같아 집니다. 겨울밤 내리는 눈은 세상을 정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차가우나 차갑지가 않습니다. 눈은 따뜻한 피부에 닿으면 녹습니다. 그렇게 물이되고, 사라집니다. 사라지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눈은 아이의 동심을 간직한 채, 기억의 낭만을 품은 채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에게 스며듭니다. 그렇게 나에게 스며들고, 너에게도 머뭅니다.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나는 그래서 겨울밤 내리는 눈을 좋아합니다. 사랑하며, 그리워하고, 기다려지는 나의 눈을 말입니다. 겨울 밤 내리는 새하얀 눈은 두려우나 기대되고, 불안하나 설레입니다. 그러면서 저를 조용히 정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차가우나 춥지가 않습니다. 나는 겨울밤 내리는 눈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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