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밥의 예의

혼밥의 자유, 함께의 회복을 잇는 식탁

by 오석표

아침 밥솥에서 김이 오른다.
첫 숟가락의 온도가 오늘의 속도를 정한다.


회사 구내식당을 지나면, 예전보다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회의와 알림 사이에서 잠깐 내려놓고 싶어서,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씹는 시간.


혼밥은 회피가 아니라 회복일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혼자 먹을 때도 예의를 남긴다.
핸드폰을 뒤집어 두고, 한 숟가락을 더 오래 씹는다.
씹는 횟수가 느려지면 생각의 모서리도 둥글어진다.


하지만 어떤 날은 ‘같이’가 필요하다.
서로의 속도를 맞추고 하루의 온도를 나누기 위해서.
함께의 리듬은 의도할 때 생긴다.
주 1회라도 짧은 식탁을 약속하고, 먼저 “같이 드실래요?”를 꺼내 본다.


어머니가 찌개를 끓이던 기억이 떠오른다.
간을 보며 한 번, 불을 낮추며 한 번,
숟가락을 젖히는 동작마다 ‘괜찮니?’라는 안부가 들어 있었다.
그때 배웠다. 먹는 법은 사는 법을 닮는다.


사과가 필요할 때는 커피 대신 밥을 산다.
따뜻한 국물 앞에서는 목소리가 낮아지고
말의 모서리가 덜 날카로워진다.
밥상은 관계의 속도를 낮춘다.


마음이 가는 반찬을
작은 접시에 미리 덜어 건넨다.
취향과 속도를 존중하는 작은 예의.
별건 아니지만, 그런 배려가 하루를 달랜다.


혼자 먹는 날엔 나를 다독이고,
같이 먹는 날엔 우리를 돌본다.
두 가지 시간이 번갈아 오가며
이번 주의 균형을 만들어 준다.


밥은 사소하지 않다.
먹는 일로 나와 타인을 돌본다.
오늘의 밥이 오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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