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에 익는 대봉, 기다림의 달콤함과 누나의 사랑
가을이면 구례에 사는 둘째 누나가
커다란 대봉을 잊지 않고 보낸다.
단단한 대봉을 주방 창틀 위에 올려둔다.
며칠 동안 햇빛을 쐬면
안쪽부터 천천히 물이 들고
결국 홍시가 된다.
숟가락을 가져와 조심히 떠 먹는다.
혀끝에 닿자마자 녹아내리는 단맛.
달콤함은 기다림에서 온다.
잘 익은 대봉은 속살을 박박 긁어
동그란 아이스크림 통에 담아
냉동실로 보낸다.
하루쯤 지나면 살얼음이 어는 샤베트.
그 어떤 아이스크림보다도
입안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맛이 난다.
기억을 얼리면, 위로가 천천히 녹아 나온다.
해마다 빠짐없이 대봉을 보내 주는 누나.
막내인 나는 보내드린 게 거의 없다.
그런데도 상자는 늘 먼저 도착한다.
말보다 먼저, 계절보다 먼저.
사랑은 늘 보내는 쪽이 먼저다.
껍질을 모아 손바닥에 올려
향을 깊게 들이마신다.
올해도 이렇게 달게 살라고,
겨울을 부드럽게 건너가라고,
누나가 멀리서 빛을 보태 준 것 같다.
고맙습니다, 누나.
당신의 대봉으로
우리 집의 가을이 완성됩니다.
나는 오늘도 숟가락 한 번 더 들어
그 마음을 천천히 받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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