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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유경 Mar 07. 2020

시작하는 연인들이여, 올레 6코스로 가라

올레 6코스

제주살이를 시작한 지 두 달째입니다.

예로부터 제주를 돌, 바람, 여자가 많다고 삼다도라 불렀잖아요?

삼다도는 돌, 바람 그리고 길이라고 수정했으면 좋겠어요. 제주에는 올레길을 비롯해서 곶자왈, 오름, 해안도로, 섬길, 숲길, 둘레길 등등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면서 걸을 수 있는 온갖 종류의 길이 있습니다.

제주는 걸어야 제 맛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하늘 관상을 본 후 한라산이 보이는 날은 운동화를 신고 주저 없이 나섭니다.  제가 제주의 날씨를  '한라산이 보이는 날'과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날' 두 가지로 나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오늘은 올레 6코스를 완주하기로 했습니다.

올레길은 난이도에 따라 상중하로 구분되는데요, 지난번에 소개드린 가파도 코스와  오늘 걸을 올레 6코스는 난이도 하()에 해당합니다.  초보 올레꾼인만큼 쉬운 길부터 차츰 완주해나가려고요.




올레 수첩에 도장을 찍고 6코스를 시작합니다. 도장을 콱 찍을 때의 소소한 기쁨은 올레길을 완수하는데 큰 동력이 되더라고요. 찍고 말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거든요. 이 유치한 사람의 심리라니..ㅎㅎ



코로나19로 영화관에 가서 팝콘 먹으면서 가벼운 손스침도 할 수 없어 애태우는  시작을 못하는 연인들이여,

올레길 6의 시작인 이 쇠소깍에서 배를 타세요.  둘이서 작은 배를 타고 그는 노를 젓고 그녀는 작은 감탄사를  터트리며 신비로운 계곡 사이를 천천히 빠져나오면 확 뚫린 바다가 나타납니다.  



여기서 그녀의 작은 감탄사는 큰 탄성으로 이어질 거예요. 그의 가슴은 터질 듯 뿌듯합니다.  여기서 지나치게 그녀에게 감동을 확인하려 들지 마세요.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요. 배에서 내리면 검은 현무암이 시크하게 깔려있는 멋진 해변이 펼쳐집니다. 가볍게 걸으면서 가장 맘에 드는 예쁜 돌을 골라 만져보고 건네주고  제주의 현무암에 대한 지식들을 좀 펼쳐보세요. 그리고 제주에서는 돌 하나도 가지고 가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며 두 사람의 온기가 닿은 돌을 해변에 놓아줍니다. 이 장소는 이제 둘만의 추억의 장소가 되었어요.



해변에서 멀리 빨간 등대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가면 예상치 않게 트릭아트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나오는데요. 갖가지 재미있는 사진들을 찍을 수 있습니다.  로맨틱한 분위기만 이어지면 지루하거든요. 트릭아트 앞에서 그녀가 포즈를 잡고 그는 사진을 찍습니다. 재밌는 사진을 찍고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두 사람은 좀 더 친밀한 기분을 느끼게 되겠죠? 저는 수험생 딸아이에게 시도해봤어요. 효과 만점입니다. ㅋㅋ


이제 본격적으로 걸어야 하는 구간이 시작하는 위치에 너무나 센스 있게 독일 프레즐 전문점이 나타납니다. 여기는 꼭 들러보세요. 강추! 프레즐과 노 알코올 맥주를 테이크 아웃해서 나오면 대장정을 시작할 채비 끝!



이국적인 경치에 가슴이 설렙니다.


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모자바위'라 부르는 이 돌을 만나게 됩니다. 고기잡이하러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모자의 모습이라고 하죠.  오늘은 '부부바위'인 걸로 할까요?


제주도식 건물을 보면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쭉쭉 걸어주세요. 선글라스와 선크림 필수!


센스 있는 당신이라면 이렇게 줄 지어 서있는 특이한 기암괴석을 보고 재치 있게 한마디 해야겠죠?

당신이 그라면?

당신이 그녀라면?


지금부터 중요한 구간에 진입합니다. 올레 6코스의 하이라이트 구간이고 다른 올레길에서는 보기 어려운 매우 특별한 장소지요. 저는 이 길을 '명상의 길'이라고 붙였어요. 구두미 포구에서 더베이 리조트까지의 구간입니다. 짧은 일정으로 제주에 오신 분들이라면 더베이 리조트 근처에 주차를 하고 이 구간만 걸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약 1km 정도 , 걸어서 25분 정도 돼요.


자 그럼 명상의 길로 들어가 보시죠.

명상의 길은 숲 속으로 난 작은 오솔길입니다.


이 길의 한쪽은 바다가 보이고 한쪽은 나무가 울창합니다. 이 작은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조용히 사색을 하며 걷게 됩니다. 경건하게....

Keep calm ....


아니 그런데 잔잔한 마음을 출렁이게 만드는 멋진 곳이 나타났으니..

사진이 이 한 장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저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씁니다만 이 숲길을 자세히 봐주세요.

양쪽의 나무가 하늘을 덮고 있어서 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살짝 비추는 정도의 아늑한 공간인데 갑자기 오른쪽에 구멍이 뚫린 열린 공간이 나타납니다. 환한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거 느껴지시죠? 이 공간을 통해 믿을 수 없는 멋진 풍경이 나타나는데요. 저를 따라오세요. 팔로팔로 미~~~!


짜짠~~~ 여기가 올레 6코스의 핫 스폿입니다. 숲 속의 작은 오솔길에서 이 경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상상력이 빈곤한 당신을 위해서 다시 한번 서 있는 위치와 당신이 보는 풍경을 함께 보여드립니다.  저 대신 그와 그녀가 서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장소가 얼마나 로맨틱 한지~~~. 여기서 얼마나 머무를지, 무엇을 할지는 이제 프라이빗의 영역으로 남겨둘게요.~


그와 그녀는 다시 걷기를 시작합니다.

그와 그녀는 왠지 한결 친해진 느낌이에요. 서먹함도 많이 줄었지요. 국궁장이 보입니다.


어머 여기에 엽서를 보내는 곳이 있네요. 잠시 멈춰서 편지를 보내고 싶어 지네요. 전 남친에게???


'루방 오빠양~~"

다시 찾아온 포토 타임!!


돌무더기 해안을 건너야 해요. 꽤 까다로운 구간이에요. 시작하는 연인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곳~ ^^  안전을 위해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세요.


돌무더기 해안을 빠져나오면 살짝 지치기도 하고 갈증도 나서 쉬어가고 싶을 때쯤 허니문 하우스라는 카페가 나타납니다. '이승만 별장'으로 알려진 곳인데 리노베이션 했어요.  바다를 바라보는 멋진 뷰와 카페 분위기가 좋아서 올레 6길 걸을 때  여기서 아이스커피 한잔 하고 가시라고 강추!!

 


카페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는데 멀리 섶섬이 보이네요.  명상의 길에서 섶섬을 바라보았던 일이 불과 삼십 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예쁜 추억이 된 것 같아요.  

그    : 명상의 길 참 좋았지?

그녀 : 너무 좋은 길이었어. 또 오고 싶어.


이제 다시 올레꾼의 자세로 돌아갑니다. 종점까지는 아직 남아있는 길 아직 많다는 사실.


소라의 성입니다. 건축가가 미상인 건물인데 지금은 도서관으로 사용되는 것 같아요. 올레코스는 모두 도장을 세 번 찍게 되어 있는데요. 시작점, 중간점, 그리고 종점입니다. 여기에서 저는 중간 도장을 꽉 찍었습니다.


이곳을 빠져나가면 사실상 시내를 경유하는 길이예요. 저는 6코스의 종점인 올레 여행자 센터까지 완주하고 도장을 찍었지만 그와 그녀는 굳이 그럴 이유는 없습니다. 여기까지가 딱 좋아요.  이상 코로나 때문에 데이트할 장소도 마땅치 않아 어려움에 처해있는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데이트 장소 추천이었습니다.  



#제주데이트 #이승만별장 #허니문하우스 #소라의성 #쇠소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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