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을 임시보호하고 ''해외입양’’을 보내다(2)

아 괜히 데려왔나 보다,,

by 차oIIc

아래의 이야기는 제 경험을 기반으로 써 내려간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일기입니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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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중 문제가 생겼다.


강아지가 집에 온 지 일주일정도 되었을 때 나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왔다.

‘개와 함께 산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설마 나에게 개털 알레르기가 생겼나.’

병원을 찾아가 피검사를 했다.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건지 호산구 수치가 올라있었다.


‘아, 괜히 강아지를 데려왔나, 내 개도 아닌데 이건 뭐 내 몸 상해가면서 할 가치가 있는 일인가’

‘밤에 개 보느라 잠도 푹 못 자고 하루 종일 비몽사몽해서 컨디션도 안 좋고 아, 괜히 데려왔나 보다.’


처음에는 멍멍이가 원래 앓던 옴진드기가 완치되지 않고 아직 남아있나 싶었다.

간지러워서 하루 종일 여기저기를 벅벅 긁었다.

피부가 너무 가려워 알레르기 약을 먹고 습도 조절을 하면서 지냈다.

다행히 2주 정도 뒤에는 괜찮아졌다.

새 생명체가 집에 들어오니 나의 얄팍한 면역시스템이 유난스러워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는 데는 온 가족이 협심해야 한다.

이 멍멍이는 ‘특히’ 말이다.


센터 담당자의 말처럼 이 멍멍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갈이를 할 때라서 보이는 모든 것 족족 다 물어재꼈다.

얌전히 물지 않고 물고 이로 벅벅 갈았다.

내가 아끼는 나무 식탁, 의자, 나중에는 소파 끄트머리까지 보이는 족족 물어재 끼는 바람에 웬만한 물건은 모두 베란다 밖으로 내놨다.

배변 훈련을 위해 깔아놓은 배변패드는 거실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지뢰밭처럼 펼쳐져있었고 멍멍이가 무언가를 쌀 때마다 입으로 들어가지는 않는지 온 신경이 곤두서있는 채로 밤낮없이 하루를 보냈다.


멍멍이가 들어온 순간부터 거실이 점점 발 디딜 곳이 없어져서 이젠 이리저리 피해 발을 디뎌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커다란 펜스, 침대, 물통 밥그릇, 배변패드, 장난감, 이갈이용 나무와 제일 좋아하는 야크츄.

양말을 신은 채로 걸어 다니면 움직이는 양말을 쫓아 쏜살같이 달려와 구멍을 만들기 바빴다.

거실에 나와 있으면 손가락, 발가락, 팔뚝, 종아리 등 살이 보이기만 하면 모든 곳을 이로 잘근잘근 물어 꼭 피를 봐야 끝이 났다.

인간의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생긴 모습을 보면서 ‘이 강아지가 악마가 들렸을 수도 있겠다’ 진지하게 생각도 했다.

작은 강아지의 유치가 이렇게 날카로운 줄 난생처음 알았다.


2인 가구가 사는 우리 집에는 원체 물건이 별로 없다.

집은 나에게 어지러운 바깥세상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멍멍이가 들어온 순간부터 우리 집의 용도가 변했다.

깨끗하고 정돈된 아늑한 공간에서 발 디딜 틈이 없는 흡사 돼지우리.

그때는 몰랐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돼지우리 같은 거실이 사무치게 그리워지게 될 줄은.


타이밍이 좋았던 것인지.

25년 1월 1일부터 나에게 두 달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멍멍이 임시보호를 결정하기 전부터 계획하고 있던 것이다.

일을 잠깐 쉬기로 하고 ‘아, 두 달간 야무지게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호기롭게 시작했건만 두 달을 멍멍이 육아에 온전히 쏟아부었다.


우리 집에 온 지 한 달 정도가 되니 멍멍이는 배변패드에 올라가서 대소변을 잘하기 시작했고 요구성 짖음이 거의 줄었다.

식분증은 아직 있었지만 그래도 먹기 전에 눈치를 보는 걸 보니 먹으면 안 된다고 인식하기 시작한 것 같다.

펜스 안에서도 안정적으로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거실에서 펜스를 치우기로 결정을 했다.

인간들이 소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본인도 같이 지내고 싶었는지 나중에는 본인 침대는 놔두고 인간의 소파에서 낮잠도 자고 티브이도 보곤 했다.


지난 1월은 굉장히 추웠다.

작은 단모종의 달마티안 강아지에게는 더욱 매서웠던 모양이다.

24시간 실내온도를 24도로 유지하는 바람에 생전 처음 받아본 관리비 고지서의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

소파 위에도 전기장판을 틀어서 따뜻하게 만들어주니 밥 먹을 때, 산책 나갈 때, 쌀 때, 무언가를 갈갈 뜯을 때를 빼고는 항상 소파에 올라가 있었다.


태어나서 어미의 사랑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채 피부병이 심하다는 이유로 추운 겨울 유기된 멍멍이.

구조된 후 한 달 동안 병원에서 보낸 시간이 멍멍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니 안쓰러워 속이 상했다.

여전히 작았던 멍멍이에게 바깥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매서운 추위의 겨울날 산책을 할 때에는 옷을 두 겹 씩 입혀서 밖에 데리고 나갔다.

기모 티셔츠에 강아지용 패딩도 입혔지만 영하 15도의 날씨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멍멍이가 조금 걷다가 그대로 얼어붙어 다리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냥 인간의 외투 속에 넣어서 걸어다니 기로하고 눈으로만 보여주는 산책을 매일 했다.

평소라면 영하 15도의 날씨에 절대 바깥에 나가지 않을 나인데 방한용품으로 둘둘 둘러싸 매고 매일 밖으로 쏘다녔다.

멍멍이를 내 패딩 안에 넣어서 얼굴만 밖으로 쏙 뺀 채 엘리베이터에 비친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절로 났다.

몇 주 뒤에도 아주 추웠던 날 산책을 나가면 가만히 서있으면 발이 시리다고 꼭 인간 신발 위에 올라와서 기다렸다.


‘하필 이렇게 추운 겨울에 우리가 만나서 산책 한번 하기도 참 어렵구나.’


멍멍이와의 산책은 사실 산책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작은 몸집의 멍멍이가 힘은 또 어찌나 좋은지 그리고 얼마나 재빠른지 여기저기 줄을 당기고 쏘다녔다.

냄새도 맡고 마킹도 좀 하면 좋으련만,

산책을 시작한 후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밖에서 배변을 한 적이 없다.

그저 에너지를 모두 분출하기에 바쁘다.

영하 15도에 멍멍이와 짧고 굵은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멍멍이 덕분에 강제로 부지런해진 인간은 헬스장에 따로 갈 필요가 없었다.

산책을 마치고 들어와서 뜨끈한 소파 위에 누워 발라당 배를 까고 코를 골면서 자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처음 만났을 때는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있었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이제는 제법 살도 붙기 시작했다.

제법 강아지의 모양새를 띄었다.

내 소중한 휴가도 포기하며 멍멍이를 키워 낸 보람이 있다.


우리는 차를 타고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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