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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Mar 03. 2021

'orange' 오렌지색!

__ 삼색 멀티펜을 주황으로 선택했던 나

오렌지 색 귤!




독일어로 오렌지색을 뜻하는 orange! 독일어 발음은 대강 '오헝주', 한국식 발음은 '오랑제!'


내가 1년간 유아 놀이학원에서 함께 할 아이들은 4세 꼬맹이들이다. 반 이름은 '오랑제!'다. 얼마 전 삼색 멀티펜을 주황색으로 고르면서 '올해 나의 컬러'라고 말했는데, 내가 맡은 반 이름이 오렌지색을 뜻하는 오랑제다. 법륜스님이 이런 징크스, 예언 등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냥 괜히 기분이 좋다. :)


이틀간은 아이들이 없는 상태로 출근을 한다. 아이들은 내일부터 학원에 나온다. 어제는 교실과 미술실을 정리했다. 나는 어딜 가나 내가 있는 공간은 분명한 내 공간으로 만든다. 필요 없는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먼지를 닦고 정리를 한다. 사실 그냥 청소를 하는 건데 재미있었다. 분명 몸은 고되지만 1년간 내가 생활할 공간을 꾸미는 일은 신난다.




몇 시인지 눈이 번쩍 뜨였는데 시계를 보니 3:16분이다. 더 자야지 생각하고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글도 써야 하고 책도 읽고 싶고 드로잉도 하고 싶다. 어제저녁에 집에 와서는 희승이랑 같이 밥 먹고 정리를 하고 나니 몸이 고단해서 잠이 쏟아졌다. 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새벽에 눈을 뜨는 것이다. 그래도 오늘은 너무 일찍 눈이 떠졌다. 다시 자보려고 노력하다가 4시에 거실로 나왔다. 책상에 앉아서 오늘의 글감으로 글을 쓰고, 가져갈 물걸들을 챙기고, 책을 두쪽 읽고 나서 다시 글을 쓴다. 


어제 퇴근하는 길에 희승이와 통화를 했다. 엄마랑 하루 종일 떨어져 있으니 기분이 좀 그랬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희승이는 어제 혼자서 온라인 수업을 열심히 듣고, 준비해놓은 점심을 혼자서 먹고, 옷을 챙겨 입고 합기도를 잘 다녀와서 씻고 만화를 보며 나를 기다렸다. 마음 한구석이 짠했다. 엄마가 없으니 왠지 쓸쓸하다면서 특히 합기도에 갈 때 '잘 다녀오라'는 엄마의 인사가 없어서 허전했다고 말했다. 기특하게 잘 생활해준 희승이가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도 이제 주중에 2-3일은 학교에 나가고, 온라인 수업을 할 때에도 학교에서 밥을 해결해준다고 하니 다행이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같은 반이 되었는데, 우리 통로 1층에 살아서 둘이서 학교도 같이 가고 밥도 같이 먹으러 다니면 된다. 정말 다행이다. 임신을 했을 때부터 12년을 딱 붙어 지냈는데 이렇게 떨어져 지내니까 너무 슬프다. 그렇지만 일을 시작한 것은 감사한 일이고 게다가 재미가 있으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지내기로 약속했다. 


3살 희승!  앞으로 4살 아이들과 함께 지내게 되면 이 시절 희승이가 생각날 것 같다.


앞으로 아이들과의 생활이 기대된다. 4살 아가들이라니! 분명히 힘들겠지만 나는 사랑을 듬뿍 받겠지! 그 사랑을 두배 세배로 너희들에게 안겨줄게! 내일이면 만날 아가들아! 난 이미 너희들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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