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by 배지영

강썬님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정문과 후문이 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나는 후문에서 교통을 섰다. 금호어울림 아파트 쪽문에서 2차선 도로를 건너면 학교 후문. 그곳에서 시립도서관 쪽으로 가면 서중학교와 영광여고가 나오니까 중고등학생들도 제법 지나간다.


초등학교에는 유치원도 있다. 조그맣고 귀여운 애들이 보호자의 손을 잡고 후문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아기 냄새가 날 것 같은 초등 저학년 애들도 엄마나 아빠 손을 잡고 길을 건넌다. 젊은 부모들은 아이가 운동장을 지나 건물 앞에서 열 체크를 하고 건물로 들어갈 때까지 후문에 계속 서서 지켜본다. 나이 들어서 그런가. 어쩐지 울컥한다.


고학년 애들은 티가 난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4월이지만 쿨하게 반소매 셔츠만 입은 애도 있다. 중고등학생처럼 키가 큰데도 실내화 가방을 돌리면서 가는 애도 있다. 우리 강썬님은 학교 가기 싫어서 신발을 질질 끌면서 가는데.


약 20번은 쳐다봤을 학교 벽시계가 8시 50분을 가리켰다. 조끼를 벗고, 깃발을 둘둘 말아서 학교 후문으로 들어갔다. 그늘진 운동장은 비 온 뒤라 질척였다. 유치원생 아이는 신발 젖을 게 빤한데도 물기 많은 땅만 골라 딛었다. 발자국이 푹푹 찍히지 않는다고 젊고 예쁜 엄마한테 떼를 썼다. 엄마는 아이를 옆구리에 끼고 씩씩하게 운동장을 가로질러 유치원으로 갔다.

강썬님은 6학년. 남의 집 아이들만 쑥쑥 크고 우리 애는 안 크는 것 같다고 불평했던 마음은 교통봉사 가서 간단하게 무너진다. 학교에는 작고 예쁜 아이들이 너무너무 많다. 세월에 발 맞춰서 자라준 강썬님 덕분에 이제 교통봉사는 끝이다.

#교통봉사

#6학년엄마

#학교보낼수있어서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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