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사실은 태어나면서 결정된 장내 세균총이 계속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토피나 우울증이 있는 경우 식단을 바꾸고 조절하면 장내 미생물의 조성이 유익균으로 바뀌면서 질병이 호전됐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p.68) 김남규, <몸이 되살아나는 장 습관>
복숭아가 끝난 줄 알았는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가 싶더니 계속 나오고 있다. 9월도 벌써 중순인 데다 내일모레가 추석인데, 아직도 낮 기온이 30도가 훌쩍 넘어간다. 9월이라고 방심하고 대낮에 나가면 땀을 뻘뻘 흘리기 끝물의 과일은 맛과 품질이 떨어지기 십상인데 요즘의 복숭아는 달기만 하다. 첫물 때처럼 아싹아싹한 백도는 아니지만 식감이 부드럽고 당도가 높은 황도가 끝을 모르고 나오고 있다.
아침에는 황도 몇 조각을 맛보았고, 점심에는 가지 볶음, 두부김치, 상추, 물김치로 식탁을 차렸다. 잘 익은 김치는 백김치뿐이라, 백김치를 송송 썰어서, 고춧가루, 설탕, 물을 조금 넣고 달달 볶다가 불을 끄고 생들기름을 몇 바퀴 둘러 넣고 섞어서 두부김치를 만들었다. 두부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찜기에 한 김 쪘다. 가지는 길게 스틱으로 잘라서 볶았다. 기름 두른 팬에 양파를 길게 썰어서 볶다가 가지를 넣어 볶았다. 간은 소금으로 순하게 했다.
저녁에는 애호박과 두부로 된장국을 끓였다. 된장을 푼 물에 다시마를 넣고 끓이다가 애호박을 넣고 계속 끓였다. 냉장고에 며칠째 먹지 않는 무생채가 조금 남아 있어서 무생채를 모두 넣어 양념으로 삼고, 마지막에 두부를 넣은 다음, 부족한 간은 멸치액젓으로 했다. 내 입에는 좀 짭짤한데, 가족들 입맛에는 딱 맞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점심에 가지를 세 개나 볶았더니 많이 남아서 카레 가루를 한 큰 술 넣고 간간하게 다시 볶았다.
가족들 반찬으로 진미채볶음을 추가했다. 조미료가 들어간 오징어인 진미채는 별로 선호하는 식재료는 아니지만, 가족들이 집밥을 맛있게 먹는다면 가끔씩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진미채를 흐르는 물에 몇 번 깨끗이 씻고 가위로 잘게 잘라서 채반에 받쳐 물기를 뺐다. 아무것도 두르지 않은 팬에 진미채를 볶아서 물기를 마저 날리고, 기름을 둘러서 볶다가, 고춧가루, 설탕, 올리고당, 간장 한 큰 술씩 넣고 약불에서 볶으면 완성이다. 진미채볶음은 짭짤하고 달달하고 맵기까지 하니 밑반찬 역할을 단단히 한다. 작은 아이가 늦은 저녁을 따로 먹는 바람에, 급하게 볶음밥을 해 줬다. 미리 재료를 준비해 두지 못하고, 급하게 만들 때에는 마늘이 긴요하다. 기름에 냉동 다진 마늘 한 큰 술과 대파 한 줄기를 볶다가 밥을 넣고 마저 볶았다. 달걀 두 개로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 섞고, 소금, 간장, 설탕으로 간을 했다. 재료가 빈약한 데에 비하면 향미가 꽤 좋았다. 간식으로는 옥수수 조금, 복숭아 많이, 바나나 1개, 그리고 카스텔라를 조금 맛보았다.
오늘은 자연식물식에서 벗어난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다. 반찬에 들어간 멸치액젓 조금, 그리고 카스텔라 조금 맛본 정도가 자연식물식 이외의 음식이다. 사실 카스텔라 보다 자연식물식인 옥수수가 더 맛있다. 커피숍에 갈 일이 있어서, 앞에 놓인 카스텔라를 거절하지 못하고 조금 맛보았을 뿐이지만, 너무 달고 인위적인 맛이 느껴져서 많이 먹을 수 없어서, 몇 입 맛본 걸로 충분하고도 남았다. 이전에는 달고 기름진 음식에 중독된 것처럼 너무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런 맛이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입에 맞는 채소, 과일, 통곡물 음식을 주로 먹는데, 먹는 양이 많은 것에 비하면 살이 찌기는커녕 오히려 빠지거나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1년 남짓 전에 체질식을 시작으로 식이요법을 시작할 때에 비하면 10킬로 이상 빠졌고, 자연식물식을 계속하면서 점점 건강한 맛이 좋아져서 먹는 양이 많아지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다. 오늘은 꽤 걸었고, 저녁에 요가도 했다. 보통 저녁 시간에 20-30분 정도 요가를 하는데, 몸이 개운해서 자꾸만 하게 된다. 요가를 하면 자연스럽게 복식호흡을 하게 되니, 더욱 좋다.
*표지 사진 : Unsplash의 LuAnn Hu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