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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May 02. 2023

떠난 남편에 대한 작은 기억들

그때 이야기

2018. 4. 24. 23:44 ・

가끔 더 간절하게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는 것 같으면서도, 또 정말 더 간절하게 떠나고 싶을 때가 따로 있다. 못 떠날 때, 그런 생각이 더 드는 것 같다. 아 떠나고 싶다. 하고. 사실, 따지고 들면, 그다지 못 떠날 이유는 없는데도, 용기가 없고, 내 맘에 다른 불안한 것들이 많아서 인 것일 뿐인데, 나는 그런 몇 가지의 이유를 대며, 떠나지 못하고, 또 그러면서 역설적으로 참으로 떠나고 싶어한다.



요즘은 문득문득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또는 운전하면서 차 앞에 올려놓은 아이들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사람 생각이 난다. 이상하게 남편이 막 죽었을 때보다 더 그런 것 같다. 그땐 그 사람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사람이 죽지 않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가끔씩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이렇게 지내다 보면, 언젠가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터무니 없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아마 이러면서 미쳐가는 건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음.. 그러니까 설명을 하자면, 그 사람이 막 죽었을 때는, 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래서 그 반대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지금이 되니, 가끔씩 그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 때가 있다.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거 아는데, 그래서.. '아, 그 사람 죽었는데.' 라고 생각을 하려고 일부러 사망 후에 맨 처음 본 그 사람 얼굴을 생각하고, 죽은 그 사람 그 얼굴에 내가 미친 듯이 울면서 뽀뽀했던 장면도 억지로 생각해낸다. 입관하기 전에 수의를 입고, 벌써 그 전날인가, 전전날에 내가 봤던 얼굴이랑은 많이 달라져서, 조금 부어서, 가만히 얌전히 누워있던 그 사람을 앞에 두고,

장의사가 "이제 입관하게 되면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됩니다. 이제 입관합니다." "입관이요"

라고 말했던 장면도 생각난다.



그때 내가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마침 문상 중에 남편이 일하던 병원에서 남편 거라고 가지고 왔던, 가슴팍에 그 사람 이름 석자가 적혀진 하얀색 가운을 가지고 와서 그 사람이 들어가던 관에 넣어 줬던 것까지 생각해 낸다.



그렇게 그 사람을 데리고 가서 화장을 하고, 바다에 뿌렸던 장면까지. 그래서 그 사람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한테 인지를 시켜 주는 거다. 다시는 안 올 사람. 나랑 애기들을 보러 다시는 안 올 사람.


가끔씩 믿기지 않을 때가 있을 때, 나는 일부러 그렇게 그 사람이 죽은 후에, 내가 보았던 그 사람 얼굴을 생각해 낸다.  


사실 그 사람이 죽은 후, 그 사람 얼굴보다 그 사람이 죽기 전 생각이 더 많이 나긴 한다. 처음 만났던 날, 그 사람이 커피를 엎질렀는데, "아, 제가 너무 미인이 옆에 있으니까, 이런 실수를 하네요," 했던 것도 생각나고.


그리고 두 번째 만난 날, 그 사람이 많이 늦었고, 그래서 많이 미안해했던 그 사람이, 내가 그때 사려던 신발을 자기가 사줬던 것도 기억 난다. 그리고 세 번째 만나고 난 후 "우리 질질 끌지 말고, 결혼할까요?" 했던 것도 기억 나고. 내 손이 어떤지, 내 입술은 어떤지, 아직 손도 한번 안 잡아 보고, 뽀뽀도 한번 안 해 봤으면서 결혼부터 얘기 했던 남자.


그러고 일년 반쯤 지났을 때, 결혼할 때, 결혼식장에서. "경옥아, 사랑한다." 라고 사람들 다 모인 그 자리에서, 외쳐줬던 것도 생각나고. 그 사람이 만세 삼창 했던 것도 생각나고.


그리고 결혼 하고 그 사람 처음 해외여행이던 우리 신혼여행지, 발리도 생각난다. 내가 몰래,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 해 놨더니, 해외여행이 처음이라, 비즈니스고, 이코노미고 다 처음인 사람이, "우린 이제 앞으로 비즈니스만 타고 다녀야 할거 같아." 라고 말했던 것도 생각난다. 그래서, 내가, "오빠, 이건, 비즈니스석은 내 깜짝 선물이야. 이건 오빠 내 돈으로 업그레이드 한거야." 했더니, "응. 그래. 너무너무 잘했다." 하고 칭찬해 줬던 것도. 별거 별 거 다 생각난다.

.

가끔씩 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면서도, 아직도 그 사람이 가끔씩 생각난다는 것은 내가 아직 불안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그 사람이 죽은 게 아주, 간혹 믿기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들어, 부러 그 사람이 죽은 후의 그 사람 얼굴을 생각해야 하는 것도, 내가 지금 아직도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이라는 것이 불안한 상태에서 보다 안정을 찾기 위해, 잠시 한 템포 쉬면서 눈을 돌리러 가는 것인지, 마음이 안정적일 때, 비로소 쉴만한 여유가 생겨 가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어찌되었든 나는 지금 떠나고 싶으면서도, 선뜻 떠나지 못한다. 돈과 시간의 문제라기 보다는 마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지는 잘 모르겠다. 요즘의 나는 모든 것이 참 부조화스럽다.


한때는 마음이 불안해서가 아니라, 다른 여건이 안 맞아서 또는 시간이 없어서 못 떠날 때는 여행 책만 봐도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스타벅스 가서 여행잡지들을 보곤 했었는데, 요즘은 책을 보면서 동생이랑 얘기하다, “여행갈까, 우리도 오사카나 같이 갔다 올까,” 라고 얘기만 잠깐 해 놓고서는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일본은 맨 처음 도교, 그 다음 삿포로, 그 다음 오키나와 이렇게 다녀왔었는데 다음에 가면 오사카를 가봐야겠다.




2023.05.02


아마 오사카 여행 책 보면서 썼던 글인 것 같다. 

아직 하나하나 남편의 기억을 가지고 있던 시간들 


그 사람을 알게 된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우리 신혼여행이 그 사람의 첫 해외여행이라는게 신기했었는데, 

나도 남편이 그렇게 간 후 벌써 6년 가까이 지났는데 한번도 해외여행을 가지않고도 멀쩡히 살고 있다. 

어떻게든 살아내느라 갈 시간도 없었고 여유도 없었다는 것이 맞겠지만. 



그 사람이 준 기억들은 여전히 너무 아름답고, 

우리는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오늘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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