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아들을 위한 맞춤형 육아
우리 집에는 5학년, 3학년 두 아들이 있다. 성별만 같고 나머지는 다른 행성에서 온 듯 다르다. 취향, 식성, 성격, 외모부터 소소한 의견까지 닮은 그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엄마가 좋아하지 않는 행동을 하고 싶을 때만 의견이 일치한다. 첫 에세이인 『역마살 엄마의 신호등 육아』에서 오죽하면 아이들을 '여당과 야당'이라고 표현했을까.
첫째는 또래들에 비해 신체 및 학습 발달 속도가 빠른 편이다. 2024년 10월 현재, 163cm 키에 250mm 신발을 신는다. 다섯 살 때 받침 없는 한글을 3일 만에 떼고, 알파벳 대소문자도 세 살 때 다 읽었다.
첫째의 뛰어난 운동신경, 관찰력과 단기 기억력은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하는 동시에 고민거리였다. 지나친 고집, 승부욕, 싫어하는 건 절대 하지 않는 태도는 많은 어른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수많은 육아서 속에, 내 아이에게 맞는 책을 찾기도 힘들었다.
8살이 되던 해 학교 입학을 앞두고, 유치원 담임 선생님 조언에 따라 심리 검사를 받았다. 결과지를 읽으며 아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가 가진 기질, 특성과 연관된 육아서를 골라 읽고 공부했다. 마음이 아닌 머리와 글로 이해하니 방향이 보였다. 내 아이와 비슷한 기질을 가진 엄마들과 소통하며 답답한 마음을 풀었다.
책 읽을 때 조사 하나까지 암기하고,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며,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집요하게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도 더는 입대지 않았다. 다른 이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귀를 닫고 외부 소음이 들려올때마다 심지를 굳게 내렸다. 그저 아이가 타고난 특성을 잘 활용할 수 있게 지지하는 데 집중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공감과 배려심. 이 두가지를 알려주기 위한 엄마의 노력은 아직 이어지고 있다.
둘째는 첫째와는 다르다. 이 아이가 가진 기질과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특히 한글 공부는 최대한 늦게 해주고 싶었다. 말하고 상상하는 걸 즐기는 아이 생각이 글에 갇힐까 봐 일곱 살이 된 여름에서야 한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받침 있는 글자를 떼기까지 1년이 걸렸다. 아직도 자주 맞춤법을 틀리지만 언젠가는 알게 된다는 생각과 둘째라는 이유로 웃고 넘긴다. 세상 긍정적이고, 자칫하면 날 것 그대로 보이는 아이는 모든 게 행복하다. 공감 능력과 배려심은 일찍부터 남달랐다. 유치원에서도 3년 동안 모범 원아라는 말을 들었고, 초등학교에서도 보석 같은 존재라며 착한 어린이상을 받아올 정도였으니까. 물론 가정에서는 둘째라는 자리에 맞게 애교 많은 장난꾸러기다. 그러나 가정을 벗어난 곳에서 스스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거 같다.
마냥 해맑은 아이는 운동이나 공부에는 썩 흥미 없다. 친구랑 놀고, 좋아하는 동요 듣고, 맛있는 음식 먹고, 딱지 치고, 바둑 둘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잘하고 더 잘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어 다행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태도도 진지해진다. 재미 삼아 시작한 것에 욕심내는 모습이 기특하다. 본인이 두는 대국 상황을 찍고, 기록하고, 피드백하며 열정에 파고드는 모습을 볼 때면 능력이 되는 한 지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닮은 점 교집합 찾기가 힘든 두 아들을 키우며 나도 배우는 점이 많다. 경상도 사람에다, 1분 1초에 예민하게 움직이던 열차 승무원이 있던 나인데 '기다림'과 '존중'을 배우고 있다. 각 아이가 가진 고유한 기질, 재능, 열정을 믿고 기다리기. 같은 방향에 있는 문을 열기보단, 여러 방향 문을 열어 아이에게 충분한 선택지와 결정권을 주고 지원한다.
내년이면 6학년이 되는 첫째를 보면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 조바심이 들지만 아직은 아이 의견을 존중하고자 한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학업에 열중하겠다는 말도 속는 셈 치고 믿기로 했다. 축구와 육상에 한창 집중하고 있는 지금, 크게 다치지 않고 원하는 성적을 낼 수 있길 바랄 뿐.
둘째는 모든 게 그저 즐겁다. 학교에서 맛있는 급식 먹고, 축구하고, 바둑 두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아도, 반장 선거에서 3표밖에 받지 못해도, 한글을 완벽히 알지 못해도 행복 평균 지수에는 변함없다. 아이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들을 때면 불쑥 올라오는 조급함을 다시 내려놓는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애쓰는 아이들. 각자의 시간, 각자의 길을 존중하고 믿어주고 기다리기. 이것이 두 아들을 키우며 터득한 진리다.
다른 점투성이인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여전히 도전이자 배움이다. 때로는 고정관념과 기대에 부딪히기도 하고, 사회의 기준과 맞지 않아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믿기로 했다. 언젠가는 좋아하는 분야와 학습 사이의 균형을 스스로 찾아갈 거라고. 그때까지 아이의 여정을 지지할 예정이다.
자녀를 키우는 일은 미지의 땅을 탐험하는 것과 같다. 자주 힘들고 혼란스럽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게 더 많다. 슬픔, 기쁨, 실패, 성공 등 명사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경험으로 체득한다. 부사, 형용사, 명사로 표현할 수 있는 경험만 모아도 벽돌 책 한 권 쉽게 채울 수 있을 테다.
확신한다. 내 아이는 성장하고 있다고.
지지한다. 내 아이의 결정을.
존중한다. 각자의 시간, 각자의 길을.
아이들이 겪는 모든 과정이, 앞으로 마주칠 굴곡을 해쳐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와 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