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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Dec 30. 2023

수고했어 ~ 올 한 해도

솜털같이 가벼운 백지장으로 시작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12월이 되면서 그동안 묵은 여한들로 물먹어 무거워져 쳐져있는 마음 한편 백지장을 어찌할 수 없다. 어떻게 잘 보내왔고 연초에 세운 목표는 얼마나 성과로 결실을 맺었는지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검토해 보는 것처럼 한해를 털어 본다.


올해의 글쓰기 목표는 일주일에 3편 이상의 글은 쓰고 가능하면 3권의 책은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었다. 글쓰기는 노력하면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꿈은 이루어진다"는 원대한 포부로 책 짓기는 꿈으로라도 세워 놓고 한해의 대장정을 열어 갈 생각이었다(아마도 작년에 부족했지만, 책 2권을 출간한 경험이 있어 꿈을 세운 것 같다).


새롭게는 정원 가꾸는 일상을 그림으로도 표현해 보고자 그림일기를 쓰기로 했다.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를 시작하면서 (3월 8일 첫 회 게재) 다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작은 일이긴 해도 매일 그림을 그리고 펜으로 쓰고 다시 컴퓨터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고 100화를 올릴 때까지(7월 21일) 거의 매일 작업을 하다 보니 사실 힘도 들었다.

그러던 중 1권 끝내고 2권, 8월 중순 접어들며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시골집을 떠나 서울생활을 3개월 하게 되었다. 물론 서울 생활이 익숙해지며 서울에서의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도 짬짬이 올리곤 했지만, 지난달 내려오면서 다시 정원 가꾸기 그림일기를 시작했다. 몇 달을 비워둔 흙마당이었지만, 마당도 사람과 사는 것이 좋은 지라 겨울입성을 앞둔 때였어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글쓰기에 대한 실행은 한 편이었으나, 책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마음에 남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세운 목표를 제대로 실행하고 싶었다. 평소 준비는 해 왔던 지라 두 달 동안 정리해 마무리할 목표를 세우고 작업을 했다.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와 "스마트폰으로 쓴 기행기"였다. A4

노트 한 권을 글과 그림으로 채웠기에 책으로 만들고 싶어 나름 신경 쓰고 작업을 했다. 그림과 글을 병행한 그림일기니 왼편은 글, 오른편은 그림으로 구성했고 표지도 전문작가가 디자인한 것으로 거금 1*만 원을 주고 구입해 사용했다. 작년에는 무료표지를 사용했는데, 책을 받아보니 확실히 고급져 보였다.


퇴고와 정정을 거듭해서 12월 14일 부크크에 신청을 했는데(사실 그림일기를 올리면서 나도 다른 훌륭한 작가님들처럼 여느 출판사에서 출판제안도 받고 싶은 꿈도 꾸긴 했지만 그럴 정도의 작품은 아니었나 보다. 그래도 스스로에게 많은 위로와 용기를 준 글이었기에 자신 있게 책으로 낼 수 있었다.) 바로 승인이 났다. 그리고 예스 24시와 알라딘, 북센 등에서도 일주일 후 입점승인이 났다.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의 기계 친구 스마트폰, 언제 어디서나 메모와 기록을 습관처럼 해 온 나에게 수기 시대를 넘어, 엣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와 아이팟 그리고 현재의 스마트폰은 사람친구 못지않은 좋은 친구였다. 언제 어디서든 내 곁에 있는 기기 친구 스마트폰을 이용해 여행 다닐 때마다 그때의 일상을 기록했고, 브런치에도 글로 올렸었다. 그림일기와 함께 작업하면서 그림일기 승인 난 후 "스마트폰으로 쓴 인문기행기 1"(튀르키예, 독일, 동유럽, 이탈리아 편) 책을 마무리했다. 이번에도 마음에 드는 표지 디자인을 구입해 사용했다. 지난 주말에 신청했는데 어제 승인 통보를 받았다. 2023년 떠나보내기를 이틀 앞두고 책을 출간하게 되어 마음이 뿌듯하다.


요즘 사회는 "성과에 대한 반성이나 평가"보다 "그만큼이라도 해 내온 상황에 대한 수고와 인정을 해 주라"는 분위기다. 특히 먼저 스스로에게... 어쩌면 살기가 예전보다 훨씬 힘들어졌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도 돌아봐야지만 그보다 우선 스스로에게 조금의 에너지라도 더 불어넣어 거칠고 각박한 현실에서 앞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모두가 모두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는 현실에서 스스로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지 않으면 어떻겠냐는 의미인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 나의 두 책이, 수없이 많은 훌륭한 책들 속에서 어찌 비교나 될지는 모르겠다만, 태어난 것에 의미를 두고 정진한다면 언젠가는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요즘 사람인 나도 역시 스스로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수고했어 올 한 해도 ~ "

그리고 늘 읽어주시고 용기 주시는 독자님들께도 인사드리고 싶다.

"수고하셨습니다. 올 한 해도 ~"


정원 가꾸기 마음 가꾸기 그림일기 책을 받고...


스마트 폰으로 쓴 인문기행기 표지 디자인



p.s.

작년 12월에 부크크를 통해 책 두 권을 낸 이야기를 올렸었습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읽고 용기도 주셨는데, 모든 작가님들이 자유롭게 책을 내실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해 놓았습니다. 작가님들 중 책을 만드시고 싶은 분들께서는 한번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 발간했던 책 "흙이 주는 인생의 맛과 멋"은 언급할수록 얼굴이 뜨거워 짐을 느낍니다. 혼자 작업을 한 첫 책이다 보니(물론 핑계에 불과한 넋두리지만...) 디자인과 맞춤법 모든 면에서 엉망이었던 점이 많습니다. 이번에 교정을 거쳐 새롭게 정리를 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책 "버리는 힘으로 올라가는 인생면역력"도 교정 작업 중입니다. 볼 수록 고칠 것이 보이고, 모자람이 묻어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처음부터 좋은 글을 썼다면 이런 아픔도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정진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초보작가의 숙명인 듯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https://brunch.co.kr/@okspet/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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