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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Oct 22. 2023

가을이라면


아직 준비가 된 마음이 가을을 맞는구나

여름에 머무른 뜨거운 마음을 식혀야 하는데

갑작스런 계절의 변화가 당황스러워

그저 높아진 파란 하늘을 보며 팔짱만 껴본다

채워지지않는 마음이 너무 헛헛해

더욱더 스스로를 꽉 조여본다

이렇게 시간은 무심히도 흐르는구나

인간의 삶이란 전혀 상관없다는 듯 앞만 보는구나

가끔은 뒤도 돌아봐야 하는 인생은 인간의 것이구나

그래 인간의 것이었다

죄많은 인간에게 주어진 참회의 기회

오직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시리고 차갑다

혹독한 여름을 전부 지우지 못해 얼어붙는다

놀라서 당황스러워 무서워

얼떨결에 가을을 맞이하고만다


미쳐 준비못한 나의 유일한 몸뚱이가

갑작스런 가을의 온도에 오들오들 떨고있다

여름내내 뜨거웠던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격정적이었던 열정은 한때의 감정이었던가

왜 머물지 못하고 사라지는가

이토록 가벼운 뜨거움에 흔들렸던가

한여름의 무모한 외침이여

정말 스쳐가는구나

돌아보면 헛헛하고

속이 비어 더욱 춥구나

뜨거운 열기에 녹아버린 마음의 공간이 크다

빈자리를 후비고 다니니 많이 쓰리다

지나치는 곳곳마다 상처다

이렇게 쌓인 흔적은 곧 겨울을 만들어내겠지

짧디짧은 가을의 시림이여

공허한 마음의 시린 가을이여

어쩔수없이 껴안은 나의 몸뚱이여

참지못한 가시돋힌 말들을 기억하라

숨막힐듯 차가운 무언의 압박을 잊지마라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할 인간이여

10월의 어느날 서늘한 아침이 놀라운 인간이여


시간은

자연은

무심하다

무심하고 또 무심한 그 매정함에

이제 가을일 뿐인 지금 나는 떨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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