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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Oct 22. 2023

노안

눈이 보이지 않는다

점점 흐려지는 글자

점점 뿌얘지는 그림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유일하게 나를 받아주는 것들

이렇게 소중한 것들은 사라질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인생이란 것은 시간을 준다

서서히 정리할 수 있는 기회란 것을 선물한다

인생의 선물

인생만이 가능한 기적일지도 모르겠다

오직 인간에게만 허락된 배려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모르는 인간의 푸념을 뒤로한 체

인생은 그래도 준비한다


많이 사용한 만큼 닳는 것은 당연한 이치

많이 살아온 만큼 죽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이를 거스르기위한 참으로 가여운 노력

인생은 인간을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어쩌면 한없이 가여워할지도 모른다

영원한 인생이 없는 세상에서

영원을 염원하며 울부짓는 인간들

그럼에도 시간은 다가온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매일 느낀다

매순간 지나치는 시간을 알면서도 몰랐다

아니지 모른척 했다

아무 소용없음에도 그대로 지나쳤다

아주 가끔 보내는 경고음도 무시한 체 지나왔다

그리곤 깊은 가을즈음이 되어서야 느낀다

가을이 되면 되돌아보는 유치한 인간의 시간들

아마도 인생이 준비해 놓은 선물이겠지

한번은 돌아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까우니 잘 보이던 당연함이 틀어졌다

진짜 안보이더라 가까운데.

어쩌면 인간관계도 똑같다싶다

가까운듯 하나 먼 우리는 평행선이니

인생의 진리가 이렇듯 일상에서 다가온다

나이를 먹었다는 것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어느덧 언젠가 순식간에 다가온다

이럴 때 의연해야할까

인생을 부둥켜안고 울어야할까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그러니 제발 지나쳐달라고 빌어야 할까

아직도 보이지않는 시력을 맞추려 거리를 조절해본다

눈의  능력만 내게서 멀어졌을까

보이는 것만이 다인 세상에서 나는 괜찮은걸까

내가 보아 온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의 간극은 괜찮은가

정말 괜찮은가

본 것과 보이는 것 보아야 할 것과 볼 것

내가 조절해야만 보이는 것들이 과연 같은 것인가

모든 것이 의문이다

인생의 모든 것에 질운하고 싶다


관계가 흐려지듯 시야도 뿌옇다

알 수 없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단 오센티의 거리같다

당겨도 밀어도 보일듯 말듯 선은 정해져있다

시간은 그런 것

인생도 그런 것

미래의 기술은 시력을 당겨주지만

우리의 관계는 물음투성이다

분영한 건 나이를 먹는다는 것

신체의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은

스스로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굳이 알려주지않아도 깨우친다

진실로 인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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