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드한 Apr 27. 2023

중국 출장 그리고 그 호텔 - 9

아! 이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끝을 맺을까. 

이야기 속에 악령이 등장했으면 한 명은 사달이 난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지나가는 행인 2든 아니면 키우는 개라도.


상식적인 사고의 수준에서, 악령에 맞설 수 있는 물리적인 방법은 아주 없다고 보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이다.  이럴 때 주기도문을 다 외우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는 불교에 가까운 무교다.  더 가까이에 있는 불교지만 악령을 쫓는 진언이 어느 불경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진지한 종교를 가지지 않은 후회가 거세게 일었다.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후 유독 내 삶에 불행이 더 많다는 것에 신을 의식의 가장자리로 몰아냈었다. 

더 어렸을 때는 물론 하늘을 올려다보며 격하게 원망을 하곤 했었지만, 지금 신의 존재는 수묵화 속 묽게 그려진 먼 산처럼 멀리 후퇴해 내 의식의 배경에 담담하게 있다.   

때로는 새해의 첫 태양,  추석의 대보름달, 아주 드물게 밤하늘을 가르는 유성을  매개로 삼아야지만 닿을 수 있는 존재 정도.

본격적으로 직접 신을 찾을 자격이 없는 가여운 존재로 나는 전락해 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무교 주제에 반쪽짜리 주기도문을 떠올렸다는 건 신성모독의 불경죄에 해당될 수 있지만 종교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개인적 자유의 영역인 것이다. 하루 저녁에 급하게 바꾸어도 되는 자유. 

그리고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냐는  절박함은 죄의 경중을 따질 때 상당한 정상참작이 될 것이리라.



 

몸은 단단히 결박을 당해있었다.

간신히 움직이는 건 눈. 어쩌면 움직일 수 있겠다 아까부터 힌트를 주고 있는 입. 

젖 먹던 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 저 해괴한 존재가 땅속에 있었던 기간보다 더 오래 양치를 하지 않은 것 같은 지독한 냄새가 내 입에서 났다. 

혀가 썩었나?    


우선 ‘나’라는 존재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아직도 나임을 내게 알리는 작업에만 집중해야 한다. 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만이 정답인 것 같았다. 만약 답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했지만. 

아무튼 누군가가 시키는 것처럼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밀려왔다. 누군가가 시키는 것처럼.   

  

순간 그 존재는 떨어져 나를 짓밟기 위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

 

‘퍽’ 



 

끔찍한 고통이 온몸에 있었다. 배 안에 있는 모든 장기가 더듬이를 건드려진 달팽이처럼 수축되어 피난을 갔다. 

배 안에 무엇이 있더라.  위장, 대장, 소장, 신장, 방광. 망가져도 어찌어찌 재생이 가능하거나 교체 가능한 장기는? 

장기들이 동시에 경련을 일으켰고 폐가 일시적으로 작동을 멈췄다.     

혈액에 산소공급이 중단되자 눈앞에 노란 나비들이 아지랑이를 타고 방안을 가득 나는 환각이 펼쳐졌다.

혀가 커져서 늘어졌다.   

   

살아온 생애의 장면들이 50명 화상회의 스크린처럼 분할로 나뉘어 한 번에 보여주고 스쳐 지나갔다.  

아~ 이게 옛사람들이 주마등이라고 하는 거였구나.     

주책스럽게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다른 이유는 없고 다만 남들과 같이 나도 주마등처럼 스칠 이래저래 괜찮은 과거가 있는 사람이었구나라는 것 때문에.   

그중 무엇이 더 중요하거나 덜 중요한 장면이라는 건 없었다. 그냥 그러고 지나갔다.

이전 08화 중국 출장 그리고 그 호텔 - 8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