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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한 Apr 27. 2023

중국 출장 그리고 그 호텔 - 5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일까. 

어디서 눈을 떴는지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간밤의 경위를 더듬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이제 주무시죠. 좋은 꿈 꾸시고.’     

 

그 직원은 이 마지막 말을 하고 일분이 되지 않아 바로 코를 심하게 골기 시작했었다. 

나는 그런 어이없는 행동을 하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반듯하게 누웠었다. 어이없지만 그의 육중한 체구라면 아주 자연스러운 연속동작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꿈 꾸라고?  일단 잠을 잘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꿈꾸는 건 그다음 문제고.  예상대로 언제나 세상은 만만찮다.      

그리곤 내일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었다.     

내 사고는 그 정도를 진행했었고 그다음 나도 잠에 빠져 든 것 같았다.    

 

이거 혹시 꿈인가?       

머리맡 재떨이에 무심하게 눌러 끈 담배 냄새가 역겨운 걸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현격히 낮았다. 

꿈속이라면 무엇으로부터 도망가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거나 뻔히 알던 길이 없어져 난감해하거나와 같이 다분히 동적인 허술함을 보일 테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정적으로 반듯하게 누워 담뱃재 냄새를 맡고 있는 중이다. 현실이 가지는 밀도감. 즉 끈이 꽉 조여진 운동화 같은 정확함이 공간에 있는 걸로 미루어 꿈일 가능성은 소수점대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꿈속에서는 대체로 이게 꿈이라는 자각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꼭 한번 자각몽을 꾼 경험이 있다.  자각몽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거기서부터는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꿈을 꾸고 있는 감상은?               

 



비몽사몽간에  본  벽시계로는 새벽 2시. 

2라는 숫자에서 위태로운  느낌을 받는 건 처음이었다.  방의 공기에는 불길함과 불결함이 가득했다.

그러는 중에도 침대에는 심한 타격감이 있었다.     

     

같이 자는 사람이 전 날 했던 멘트.     

'자기는 코골이와 몸부림이 심하다'라는 걸 기억해 내고는 그래 그거야 하며 다시 눈을 꼭 감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행동을 관찰하던 내 전두엽은 자기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하여 ‘인지부조화’라는 단어를 솟구쳐 오르게 했다. ‘그렇다고 이렇게나’     

침을 꼴깍하고 삼켰다. 

어떻게든 사태의 진행을 재빠르게 따라잡을 필요는 차고 넘쳤다. 뭔가 파탄이 나고 있다.

     

킹사이즈 침대 한 개.     

서로 뚝 떨어져서 중간에 공간을 제법 두고 잠들었었다.     

그의 거대한 몸집이라면 의식 없이 휘두르는 팔 한 번이 내겐 고통이 될 수 있어 그 몸부림의 사정권을 벗어난 거의 반대편 끄트머리에 몸을 뉘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상황을 파악하려 좀 더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의 무지막지한 코골이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코 고는 소리에 꽤 오래도록 시달리다가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처럼 소음에 적응한 후 잠들었음이 분명했는데, 그의 과격한 몸부림에 내가 깨어난 것일까.

사람이 몸부림으로 심하게 움직일 때나  스스로  돌아누울 때면 잠시잠시 코골이를 멈추기 마련인데 그의 코골이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한 자세로 코만 신나게 골고 있다는 얘기다. 

그 말인즉슨, 이 격렬한 요동을 만들고 있는 주체는 그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방에는 알 수 없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얘기다.   

  

아니 모르겠다.  나는 저 정도의 덩치와 살을 가진 인간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직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된 바는 없지만 혹시 저 부류의 인간들은 코를 차분히 골며 뛰지 않을까.       

내 생각의 변속기어가 한 단계 더 높아지자 그만큼의 소음이 ‘윙’하고 귀를 울리는 듯했다.  

이 소리 역시 줄여야 한다는 경고가 마음속을 울렸다.     

 

요동의 간격은 규칙적이었다.      

대략 1초마다 한 번의 타격.  요동의 발원지는 침대 중간.          

마치 누가 스카이콩콩을 타고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실로 예삿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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