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 없다고 상상하세요

by 현진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법을 알아? 또, 엔도르핀이 마구 분사되도록 음악을 듣는 법은?

언젠가 존 레넌이 이렇게 노래를 했어.


Imagine there's no heaven


상상보다는 겪어보면 분명해진다. 너도 예상했겠지만 커피를 맛있게 마시고 음악을 감동적으로 듣는 방법은 일주일 이상 그것을 참아보는 거야.


닷새 간의 행군을 마치고 대대의 맨 앞에서 뛰다시피 귀대한 건 커피 때문이었을지도 몰라. 연병장에 도열하기까지 아직은 수많은 장병들이 귀대하지 않았는데 그때 난 막사로 달려갔어. 포트에 마구 물을 부어서는 끓이고, 그 더운 날 그토록 뜨거운 물에다 맥심 가루를 마구 부어서 마셨지. 오래된 일이긴 한데... 1994년 8월의 그 커피가 아직까지는 내게 최고의 커피야.

대학 1학년 때였나? 동성로에 갔던 어느 날 충동적으로 글렌 굴드의 넉 장 짜리 LP를 사 왔어. 그런데 난 턴테이블이 없었지. 가끔 LP 속의 연주를 상상해봤는데 그것만으로도 좋긴 했는데 그래도 듣는 것만 하겠니? 보름 동안 막노동을 해서 장식용 대리석판처럼 생긴 아남전자의 턴테이블과 테이프 레코더를 사 왔어. 드디어 평균율의 첫 장 A면을 매트 위에 올렸지. 스타카토로 치던 그 몇 마디 C메이저가 역시 내겐 최고의 평균율로 남아있어.


점점 더 보고 싶어 진다


그래, 사물의 가치는 그 존재의 없음으로 증명이 되더라고. 심지어 부재의 상상이라는 개념만으로도 대략은 확인할 수 있어. - 또, 이런 것도 있었어. 피우던 담배를 끊고 나면 담배의 그 반가치가 여실해지는 거야. 한데 담배는 말이야. 지금도 다시 피우고 싶긴 해. -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상심하지 마. 참았다가 만나. 더 사랑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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