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직장 선배인 J는, 내가 직장에 입사했을 때엔 이미 퇴사한 다음이었다. 그때쯤 아마 J선배는 유명 CF감독이었지 싶다. 회사에서는 종종 전설과도 같은 J의 이야기가 회자되곤 했다. 방탕한 나이트라이프?와 모델들과의 스캔들이 유명했지만 그의 가족이 종종 회자되었다. 그의 부친은 저명한 영화 촬영감독이었는데 부친은 아들이 여관작업(과거에는 경쟁 PT가 있으면 회사를 떠나 호텔이나 여관 등에서 숙식을 하면서 PT를 준비했다.) 중에도 한 달에 한 번씩 가족 식사 모임에는 꼭 그를 데리러 오시곤 했다는 것이다. - 똑똑, 죄송합니다만 잠시 저녁 시간 저희 아들을 데리고 갔다가 다시 데려다 놓겠습니다.
내가 실제로 J선배를 만난 것은 CF를 촬영하기 위한 사전 미팅이었다. 그때 J선배는 매우 활기찬 사람이었다. 아주 훌륭한 콘티 손질, 촬영 준비, 촬영이 이어졌고 촬영 중에 부친이 촬영장을 방문했다. 우리는 모두 일어서서 그가 사들고 온 간식거리들을 받으면서 엇비슷한 업계지만 대선배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그 시절 J선배의 영상도 아주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부친의 영상은 내가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의 '역사'이지만 내 기억에도 멋진 구도가 몇 장면 남아있다.
내 아이들이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나도 J선배의 가족처럼 한 달에 한번 가족 회식을 했다. 주로 외부에서 했는데 큰 아이가 고3이 되면서 흐지부지 되었다. 두 아이가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요즘 들어 한 자리에 네 식구가 다 모여서 식사를 하기가 힘들어졌다. - 여보, 우리 다시 한 달에 한 번 가족 회식을 하기로 해요. - 아내는 흔쾌히 수락했다.
이번 달에는 뭘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