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아버지의 아버지께 드릴 염소탕을 사러 가신다.
옛날 아버지 자전거는 좌석이 세 개 있었다. 운전자를 위한 좌석이 있고 뒷바퀴 위 뒷좌석이 있고 또 하나는 핸들과 운전자 사이 프레임에 자그마한 내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두세 살 어릴 적이었지만 나는 그때를 기억한다. 아버지와 아버지 앞의 나 그리고 뒷좌석에 묶인 빈 냄비, 그렇게 셋이 염소탕을 사러 간다. 맑은 일요일 아침이었다.
냄비의 색깔이 떠오른다. 착각이 아니면 좋겠다.
<카피, 기억과 기록> 출간작가
나는, 명민함과 서사감각을 갖춘 전기작가가 되고 싶다. 사진에세이 [완곡한 위로]와 소설집 [음악단편]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