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방에 불을 켰다. 지금껏
불을 켜지 않은 것은 아니라서
작은 스탠드는 켜 왔으니
볼펜이며 쓰다 얹어둔 노트며 찻잔이며
빛이 닿았는지 닿지 않았는지
빛에 슬쩍 데인 흔적들이 선연하다.
찰피 파커는 어떤 불빛에도 여전히
보라색,
블라인드페이스는 검은색
아르투르 베네디티 미켈란젤리는 오늘도
‘콤비’라 불리는 것을 입고 있구나.
대화하는 사람들,
기대하는 사람들,
참여하는 사람들,
마시는 사람,
읽는 사람,
걷는 사람.
어디를 둘러봐도 그냥 불을 쬐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