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종 식빵

으르신 제빵소

by 고목나무와 매미

"내가 직접 빵을 만들어야겠구먼~"


제빵을 선언한 아부지는 당장 유선생님(*유튜브)을 통해 제빵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필요한 재료들도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꼼꼼히 본인만의 레시피를 연구했다.


KakaoTalk_20220313_214353161_01.jpg 아부지의 레시피 노트

아부지의 제빵 도전 그 첫 번째는 우리 집의 아침을 책임지기 시작한 식빵이었다. 하지만 그냥 식빵이 아니었다. 탕종 식빵이었다. 탕종 식빵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왜 제일 처음으로 탕종 식빵을 만들기로 했어?"

"유튜브 보니까 탕종 식빵이 더 맛있댜."


탕종 식빵은 일반 식빵을 만드는 과정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 떡을 만들 때처럼 따뜻한 물에 밀가루를 넣어 반죽을 하는 과정을 추가하여 일반 식빵보다 더 쫄깃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제빵이라고는 2n년 전 엄마가 문화센터를 다니며 만들어 온 것을 본 것 밖에 없는 (엄마의 표현을 빌리자면) "쌩초보 주제에" 그냥 우유 식빵도 아닌 탕종 식빵이라니!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아부지의 탕종 식빵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빵을 처음 만들 때라 집에 반죽기가 없어 아부지가 손으로 직접 반죽을 했다. 50여 년 동안 매년 명절마다 만두 반죽과 송편 반죽을 담당했던 아부지는 반죽 만들기 기본기가 다져져 있었는지 반죽은 예상보다 잘 나왔다. 반죽을 일정 시간 발효시킨 다음 올록볼록한 식빵 모양을 잡기 위해 반죽을 세 덩이로 나누어 식빵 틀에 넣고 오븐에 굽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해 보는 도전이라 아부지는 오븐이 돌아가는 시간 동안 거의 3분에 한 번씩은 빵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해보셨다. 실제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던 20분이 지나고 빵이 다 구워졌음을 알리는 노래가 나왔다. 빵이 오븐에서 나오자 온 집안이 향긋하고 따뜻한 버터 냄새로 가득 찼다. 처음 만든 빵이었지만 겉모습이 노릇노릇 매우 훌륭했다.


KakaoTalk_20220313_214353161.jpg 으르신 제빵소 1호 빵 : 탕종 식빵

식빵을 오븐에서 꺼내자마자 식빵을 자르고 시식을 했다. 식감은 쫄깃한 식빵보다는 촉촉한 술빵에 가까웠다. 평소에도 술빵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딱 알맞은 질감이었지만 촉촉한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식빵이 좀 더 쫀득쫀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본인의 첫 작품을 먹어 본 아부지의 첫마디는 "나쁘지 않네."였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제빵의 심리적인 효과에 관한 짧은 글을 읽었다. 정해진 양과 시간을 맞추어 빵을 만들면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안정감을 준다고 한다. 또 제빵을 하면 사람들의 목적의식이 강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퇴직을 한 후 매일매일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시던 아부지가 제빵을 시작하시고 생활에서 조금씩 재미를 찾기 시작하셨다. 이것저것 다양한 재료를 추가해보면서 다르게 나오는 빵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고 제빵과 관련된 책들을 몰입해서 읽기도 하신다. "빵 만드는 날은 시간 잘 가~"라며 좋아하시는 아부지의 모습을 보면 나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은퇴 후 코로나 19 때문에 행동의 제약이 많아져 힘들어하시던 아부지가 제빵을 통해 인생 2막을 다시 즐겁게 시작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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